매일, 내 죽음을 미리 들여다봅니다. 들어가는 글.
어느 날 아침, 저는 상조회사 직원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지주회사에 속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이름의 계열사였습니다. 교육팀 소속이었고, 신규입사자와 같이 업무적으로만 출근했던 저는 상품 판매 교육과 실습이 먼저였습니다. 제가 팔아야 할 상품은 ‘죽음’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 처음에는 그저 막막했습니다. 주변 가족들과 지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온몸으로 실감해야 했습니다. 최대한 감추고 숨겼었습니다.
연차가 채워지고 사업을 기획하다보니 상조회사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싶어졌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죽음을 더 건강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그렇게 ‘웰다잉(Well-dying)’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상품을 팔고, 죽음을 가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저는 매일 죽음을 생각하고, 공부하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역설적인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잘 살기 위해선, 죽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과정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사실 제 삶에서 죽음은 늘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열아홉 살, 세상 전부였던 엄마가 갑자기 곁을 떠났습니다. 따뜻한 밥을 차려주시면서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한순간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해야 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남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때는 그저 슬픔과 세상에 대한 원망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이 남긴 의미를 조금씩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는다’고 했던가요. 어머니의 장례식장은 그 말을 증명하는 자리 같았습니다. 수많은 분이 찾아와 어머니의 선하고 성실했던 삶을 기억하고 진심으로 애도해주셨습니다. 한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슬픔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세상에 남기고 간 따뜻한 온기와 기억,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최근 대학에 ‘생사학(生死學)’이라는 학문이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어 함께 이해해야만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생(生)’에만 몰두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더 성공할 수 있을까에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습니다. 마치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인 것처럼 애써 외면하면서 말입니다.
정(正), 반(反), 합(合). 모든 것이 그러하듯, 삶(正)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에 있는 죽음(反)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합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딛고 죽음을 똑바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해답(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잘 살고 싶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상조회사에서, 웰다잉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며 배웠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려 합니다. 이 글을 통해 당신이 죽음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오늘을 더 뜨겁게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