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날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지니며
욕심이 없이
화내는 법도 없이
언제나 조용히 미소 짓는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약간의 채소를 먹으며
세상 모든 일을
제 몫을 셈하지 않고
잘 보고 듣고 헤아려
그리하여 잊지 않고
들판 솔숲 그늘 아래
작은 초가지붕 오두막에 몸을 누이며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보살펴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그 볏짐을 지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울 것 없으니 괜찮다 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 든 때에는 눈물 흘리고
추위 온 여름에는 버둥버둥 걸으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봄과 아수라. 미야자와 겐지 저. 정수윤 역. 읻다. 2018.
1933년, 3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미야자와 겐지. 1924년에 자비로 출간한 그의 책은 단 다섯 권 팔렸다고 한다. 그를 일본 대표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은하철도999의 원작 <은하철도의 밤>은 그가 죽고 나서야 친구들이 발견한 동화다. 불우한 주인공 죠반니와 유일한 친구 캄파넬라가 은하철도 여행을 떠난다. 고독한 죠반니는 고독한 사람들을 만나고 캄파넬라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으면서도 질투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여행이 끝나고, 죠반니는 캄파넬라의 타인을 위한 희생으로서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된다. 죠반니는 이 영원한 이별을 통해 비로소 다른 사람의 존재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게 되는지.
습기와 열기를 품은 구름과 세찬 빗줄기에 지지 않고 주변을 돌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럴 힘과 바른 사고가 필요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