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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Mar 03. 2024

[책 리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_ 역사

씨앗 모으기 (Collecting)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 네이버 도서 (naver.com)




읽게 된 계기

도서 정보에는 2020년 02월 05일 발매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건 2016년 6월 22일에 한빛비즈에서 펴낸 버전이다. 개정을 거치면서 수정된 부분도 많지 않을까 싶다.


2014년 12월 24일이 초판 발행이고, 이건 315쇄니까 어마어마하게 펴낸 것




'지대넓얕' 이야기는 이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직접 읽어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느 분야든 개괄을 목적으로 쓴 짧은 분량의 책은 생략과 왜곡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나는 그런 뉘앙스를 지독하게 못 견디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잡다한 지식이 많이 늘었다. 이것들을 정리해서 집어넣을 틀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그래야 빈자리를 확인하고 지식을 더 효율적으로 채우는 작업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사회 및 경제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에 대한 수용력이 늘었다. 적당히 걸러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향상됐다. 대략을 잡을 목적으로 쓴 책에 팍팍하게 굴 필요가 없다는 걸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이라는 제목으로 판매되는 것 같지만, 이때 버전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으로 표기되어 있다. 2권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를 다룬다. 지금까지 내 인생 관심사는 2권의 영역에 훨씬 가까웠다. 그래서 1권 영역들에 대한 공부가 늘 빈약했고, 그에 대한 일종의 부채감이 있었다. 회사 생활에서 비롯된 경제 활동은 미뤄둔 공부의 필요성을 나날이 부추겼다.


마침 경제에 관심이 높은 짝꿍이 이 책부터 읽어보는 게 어떻겠냐며 추천을 해줬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읽고 정리하는 작업까지 해보려 한다.







역사 _ 요약


역사는 시간에서 출발한다. 

시간에 대한 관점은 직선적 시간관과 원형적 시간관으로 나누어진다.  

직선적 시간관: 시간의 불가역적 성질을 바탕으로 하여, 시간은 하나의 방향으로 전진한다는 관점.   

원형적 시간관: 시간이 순환한다는/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는 관점.  

직선적 시간관은 서양 문화와 종교(ex. 그리스도교-영원)의 밑바탕이 되었고, 원형적 시간관은 동양 문화와 종교(ex. 불교-윤회)의 밑바탕이 되었다.


어떤 시간관을 갖느냐에 따라 역사관도 달라진다.  

직선적 시간관 → 진보적 역사관
- 역사는 과거를 지나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아가며, 
- 그 나아감은 어제보다 변화된 오늘이고 오늘보다 변화된 내일이다.
- 인류의 점진적 발전과 진보에 대한 낙관이 특징이다.
- 서구 사상의 근간을 형성한다.            

원형적 시간관 → 순환적 역사관
- 역사는 큰 틀에서 반복된다.
- 발전과 진보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과 퇴보를 반복한다.            


이 책에서는 진보적 역사관을 채택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원시,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이렇게 다섯 가지 시대로 인류 역사를 구분하고,
이를 다시 두 부분으로 묶어서 설명한다.


먼저 ⓐ생산수단을 기준으로 원시부터 근대까지를 묶고,
ⓑ자본주의 특성을 기준으로 근대부터 현대까지를 묶는다.


▶️ 원시~근대의 핵심.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가 생산물을 소유한다.

생산물은 물질적 이익뿐 아니라 비물질인 '사회관계로서 권력관계'를 발생시킨다.


생산수단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에는 토지·영토였고,

중세에는 장원이었으며,

근대에는 공장과 자본이었다.


생산수단의 소유주 역시 시대마다 달라진다.

이 시기의 핵심은 '누가 생산수단을 차치하는가'다.

고대에는 왕이었고,

중세에는 왕과 영주였으며,

근대에는 부르주아였다.


생산수단의 소유 문제가 사회적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배 계층은 생산수단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노동하지 않고도 부를 축적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사회의 근본적 갈등의 본질이다.


눈여겨볼 점은 지배계급이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언제나 '신적인 존재'를 찾았다는 것이다. 신은 요구된다. 이런 관점에 본다면, 근대에 들어서면서 신은 부르주아를 통해 '이성'이라는 다른 이름의 신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 근대~현대의 핵심.

이 시기를 이해하려며 자본주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본주의는 산업혁명(공장)에 화폐 경제가 더해지면서 탄생했다. 'ⓑ자본주의 특성'은 언제나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언제나 공급과잉의 상태에 놓인다. 
공급과잉의 상태는 무엇인가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상태다.



그러니까 공급과잉은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다.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방법은 많지 않다.

먼저 ①공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공장 가동을 멈추어도 고정 비용(유지비)이 들어가므로 손해가 발생한다.

그러니 공급을 줄이는 건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두 번째는 ②수요를 늘리는 방법이다.



수요를 늘리는 방법 역시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시장을 위해 식민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산업화된 국가들이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식민지 수가 한정적이었기에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표면적 원인: 사라예보 사건         

이면적 원인: 독일이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는 점          

궁극적 원인: 공급과잉이라는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          



산업화 → 자본주의 → 공급과잉 → 식민지 필요 → 제국주의

라는 서클이 돌아갔다.

오늘날에도 자본주의를 유지시키는 두 가지 핵심 요소는 ①전쟁과 ②유행이다.



실제로 다수의 민간인은 고통스러울 수 있으나,
전쟁은 일부 부르주아 혹은 일부 국가들에 막대한 부를 창출해 준다.
자본주의는 전쟁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
전쟁은 자본주의 국가들을 유혹한다.
사실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유지해 주는 핵심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유행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동안은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시장은 금방 포화 상태가 되었다.

이번에 인류는 가격을 인하해서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수요를 늘리려 했다.

가격 인하를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행됐다.

노동자가 대거 해고되었는데,

문제는 노동자는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라는 점이었다.

실업자의 증가는 소비의 감소를 일으킨다.


전쟁으로 막대한 부 축적 → 경제 호황 → 시장 포화 상태 → 가격 인하 

유지비, 재료비 삭감 불가 → 구조조정을 통해 임금 낮춤 → 노동자 대거 해고  

문제: 노동자는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 실업자 증가 → 소비 감소  


공급 과잉 → 가격 경쟁 → 구조조정 → 대량 실업 → 소비 위축 → 공급과잉

이 같은 악순환에 따른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세계경제 전체를 무너뜨린 

1929년의 세계 경제 대공황이 발생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미국은 자본주의를 수정하기로 결정하고, 뉴딜정책을 펼쳤다.

러시아는 근본적 한계가 있는 자본주의를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공산주의를 택했다.

독일은 자본주의를 유지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미국과 러시아, 

그러니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경제 체제가 대립했다.

냉전의 시대가 온 것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냉전은 경기 침체를 맞은 소련이 다시 러시아로 해체되고,

미국과의 화해와 긴장 완화의 시기가 찾아오면서(데탕트 detente) 막을 내렸다.

그렇게 자본주의 독주 시대가 시작됐다.








승전국들이 전쟁 범죄국인 독일에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게 한 베르사유 조약(1919년 6월 28일)으로 독일의 경제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되었다. 이 경제 침체를 끝내겠다며 등장한 인물이 히틀러다.


여기서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음을 알려준다. 바로 영웅사관과 민중사관이다.

영웅사관은 특정 인물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라고 보는 관점이고,

민중사관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민중이라는 관점이다.

영웅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사람은 히틀러고,

민중사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세계대전을 일으킨 원인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자 했던

독일 민족의 의지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추축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연합국: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호주 등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식민지를 얻으려는 국가 vs 식민지를 지키려는 국가  


독일과 일본이 추축국으로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국가의 궁극적인 목적이 같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공급량을 해소하기 위한 식민지 확보, 그리고 무역협정에서의 국가적 우위. 그렇다면 연합국은 어떤 목적으로 전쟁에 대응했는가?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정의와 자유를 위한 도덕적인 전쟁이란 없다. 자국의 시장인 식민지를 지키고 독일, 일본과의 무역협정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응한 것이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식민지를 얻으려는 국가와 식민지를 지키려는 국가 간의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시대(1945~1991년)에서 유의 깊게 볼 것은 냉전의 당사국들이 지배와 통제를 위한 필요로써 '국가'와 '애국'의 개념을 민중에게 강요했다는 점이다. 국가는 요구된다. 
국가 역시 신의 개념과 마찬가지로 지배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애국에 대한 강요는 지배자들을 편리하게 한다. 
'신'을 요청할 수 없는 모든 지배 권력은 애국을 장려한다.


냉전은 급작스럽게 종식되었다.

이는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했다.

자본주의는 냉전을 전후로 성질이 달라진다.  

냉전 이전: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하는 수정 자본주의 체제  

냉전 이후: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자유 시장을 주장  

그렇게 신자유주의가 탄생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탄생한 지 20~30년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짧은 그리고 독특한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매우 소비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세계다.







감상


역사 파트라고 하지만 다음 파트인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선행 학습 정도로 보인다.

저자는 역사를 최종 정리하는 파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 이 두 개념이 역사를 움직여왔다. 생산수단과 공급과잉은 공통점이 있다. 두 개념 모두 경제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핵심이 '경제'인 것이다.


경제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라는 문장과

역사는 경제에 의해 움직인다,라는 문장은 동일하지 않다.

누군가 "역사란 무엇인가?" 하고 물었을 때,

경제 체제의 변천사라고 답하는 건 상당히 부분적인 대답일 것이다.


역사는 정말 자본에 의해서만 움직였을까?

자본보다 중요한 개념은 권력이었던 게 아닐까?

인권의 확장과 쟁취라는 개념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어떨까?

시대를 꿰뚫고 뒤집어놓을 철학에 대한 요구는 모두

경제와 자본에 대한 욕망을 기반으로 했던 걸까?

역사를 움직이는 동력을 한 가지로 특정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역사라는 개념을 한 개인의 삶이라는 훨씬 미시적인 차원으로 가져와보자.

'돈'은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돈'이 나의 전부를 움직이는가?

그렇지 않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은 경제 공부를 시작하는 도서로는 적합해 보인다.

그러나 역사 공부를 시작하고자 할 때 좋은 도서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회의적이다.

역사를 조망하는 하나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다.


아무튼, 역사 공부를 위한 서적은 한 번 더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경제를 기반으로 해서 현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을 마저 읽으며 채워보는 것으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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