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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정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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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Mar 22. 2024

국민 1의 입장에서 보는 의대 정원 이슈

정원 일기 Gardening Log







본인

- 정치, 사회 이슈 잘 안 찾아봄. 보고 있으면 발끝부터 피로감이 치솟고 우울해짐.

- 국내 정치에서 색 딱히 없음. 고향은 빨간 밭. 학문적인 정치 성향은 진보로 추정.

- 투표는 늘 최악과 차악 중 선택하는 거라고 다독이는 편.

- 개인적인 사건들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지하 200%쯤 됨.


의대 정원 이슈 찾아본 계기

- 짝꿍이랑 이 문제로 다툼.

- 본인: 어떤 경우든 정부가 문제 해결을 강압적으로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 짝꿍: 지금 정부가 의협을 못 꺾으면 어떤 정부도 못 꺾는다.


주변 사람들 인식 조사(그래봤자 여덟 명)

<유형>

- 유형 1. 모른다. 관심 없음. 무슨 일인데 또. [12.5%]

- 유형 2. 잘 모른다. 들어는 봤다. 지금부터 찾아본다. [25%]

- 유형 3. 정부에서 늘리겠다는데 왜 난리인 것. 의사 실격이다. [25%]

- 유형 4. 정치놀음이다. [25%]

- 유형 5. 어려운 문제지만 지금 방향이 답이 아닌 건 알겠다. [12.5%]

<내가 한 질문들>

-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키워드를 보면 곧바로 무슨 생각이 드는지?

- '의사' '전문의' '전공의' 이 셋의 이미지가 비슷한지, 다른지?

- 평소 이런 뉴스를 챙겨보는 편인지?

- 본다면 어떤 매체를 통해 보는지? (TV 뉴스, 인터넷뉴스, 뉴스레터 등)

- 안 본다면 이유가 있는지?








솔직히 정말 피곤하다.

KBS, MBC, SBS, JTBC, YTN  등 언론사 사이트 들어가서 메인에 어떤 기사들이 있는지 살핀다. 앵무새처럼 같은 소리뿐이라 지친다. 결국 유튜브로 여기저기 퍼져있는 정보를 찾아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직장 마치고 퇴근해서 그때부터 내 공부랑 작업하기도 바쁜데, 기본 30분짜리 영상을 서너 개씩 보는 게 쉬울 리 없다. 게다가 그 영상들은 대부분 화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들을 짚어가다 보면 '나'라는 개인의 무력함을 발견하고 더더욱 기력이 빠진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확하게 아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래도 꾸역꾸역 찾아본 이유는 하나다.

지금 내가 보인 무심함을 언젠가 나도 타인에게서 겪게 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까. 지금 정부가 억압하는 대상이 언젠가는 의사가 아니라(간호사가 아니라, 교사가 아니라, 화물차 기사가 아니라)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정부가 '그' 의협도 힘으로 누를 수 있다면, 다른 계층 짓누르는 건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하니까. 폭력은 다른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미 독재 정권을 겪은 적 있는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이런 식으로 훼손되는 건 끔찍하다.


정부와 언론은 앞장서서 '의사'라는 존재를 '자기 밥벌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게 국민과 의사가 반목해서 누가 이득을 얻는가? 전공의들이 떠나고,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생기고, 의료의 질이 낮아지면, 누가 가장 큰 피해를 입는가? 누가 진짜 밥그릇을 챙기고 있는가?


만약 친동생이 지금 전공의를 하고 있다면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을까 생각한다. 때려치우라고 했을 것 같다. 정말 의사가 하고 싶은 거면 미국으로 가라고. 너가 여기서 살인자 소리 들으면서 주 80시간씩 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필수의료를 담당하면서 병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구박받는 건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고. 너한테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 말아라. 너와 내가 같은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그렇게 사과할 것 같다.

혹은 지금보다 더 시간이 흘러서 부모님이 병들어 누웠을 때를 상상해 본다. 그때도 여전히 수가 구조가 변하지 않아서 병원이 장사를 위해 진료를 본다면 엄마는 여러 과를 전전하며 마흔 개에 가까운 약을 처방받을 지도 모른다. 과연 진료를 몇 분이나 볼까? 필수의료 인력은 충분할까? 지금 이렇게 인재들이 다 떠나면 그때 우리 엄마가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게 가능하긴 할까?

이런 상상과 공감, 연민은 사치인 걸까?


지금 한국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건 자명하다.

수면 위로 올려서 모두가 같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미리 선보이는 건 연구자와 대중 사이에 의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의료 시스템 문제도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의대 정원 이슈를 마주하고 내가 얼마나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 아는 게 없는지 절감했다. 내 또래 친구들, 혹은 부모님 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은 의료 시스템의 정확한 체계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꾸준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장을 열고,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정부가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명한 답은 결국 처음에는 누구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없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도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저렴한 값으로 수준 높은 진료를 누리고 싶은 우리의 욕망에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그 욕망과 의지가 지속되는 한,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아니었어도 결국 국민은 한 번쯤 의사라는 집단을 탄압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이슈들의 핵심을 정리해서 올려보고 싶었는데, 내 역량 초과다. 횡설수설 한풀이 글이 한계.

대신 도움이 될 만한 영상들을 첨부하려고 한다. 좋은 자료 찾는 것도 일이니까... :(





전공의, 전문의, 전임의, 의사 간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영상

https://youtu.be/luVg3NGAfJc





한국 의료 시스템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 빠르게 이해하기

https://youtu.be/dUuQHmAigWk

https://youtu.be/mpoY2QcCN2E





수요와 공급 로직으로 보는 현 상황

https://youtu.be/I-FlYWrpMjs

사람들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공급하려는 사람 자체를 없애놓으면(사회적으로 매장) 수요도 발생할 수 없다는 것.






마음 팍팍한데 4달라 드립 보면 소소하게 재밌고 정치적으로 알차기도 함

https://youtu.be/1tCzq4Tf31U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영상

https://youtu.be/3lhKv6lu6oo

* 참고 1: 영국은 의사가 공무원. 그래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 의사가 늘면 지금 의사들이 하루에 봐야 하는 환자 수가 줄어들지만 월급이 줄지는 않기 때문. 그래서 영국은 의사가 환자를 무리하게 많이 보지 않으려고 해서 오히려 문제가 발생한다고 함. 의사하려는 사람 자체가 적음. 그래서 해외에서 의사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도 발생.

* 참고 2: 미국은 개인(의사, 기업 등) 이 병원을 열고, 개인이 진료비를 정해서 받음. 좋은 보험을 가입하면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지만, 국가에서 케어하는 보험이나 있으나 마나 한 보험에 들면 의사를 만나서 진료받기 자체가 어려움. 진료비 당연히 비쌈.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것.

* 참고 3: 한국은 개인이 병원을 여는 경우가 절대다수(95%)이고, 운영(이익 창출) 역시 개인이 책임져야 함. 그러나 진료비는 나라에서 정한 대로 받도록 되어 있음. 그래서 짧은 진료, 과잉진료, 비급여 시장으로 인재가 몰리는 현상 발생. 빠르게 진단하고, MRI 찍고, 수액 맞고, 이래저래 많이 해야 대형병원이든 개원의든 적자를 보지 않는 구조인 것.






실제 전공의들 이야기

https://youtu.be/WDxT6qvTZIc

https://youtu.be/AbO6_XEhxn4






월급, 근무 시간, 병원 내의 구조적 문제까지 다 밝히는 영상.

그만큼 길지만 제일 강추.

https://youtu.be/f8HXRIppM-o

의료와 돌봄의 개념. 의료라는 건 앞뒤로 예방과 복지가 붙어있는 거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로 할 의료는 지금의 젊은 층들에게 하던 치료 중심의 의료와 달라진다는, 다른 영상들에서 말하지 않는 부분을 계속해서 짚어주신다.

지나가는 말처럼 중요한 얘기를 많이 하셔서 한 번 더 보고 녹취를 떠야 하나 고민했던 영상.






분노에 찬 간호사의 간협 정신 차리게 만들기 프로젝트

(분노 게이지가 높아서 내용 안 듣고도 스트레스 받을 수 있음 주의. 그치만 보면 도움이 됩니다.)

https://youtu.be/VWpw9ziCfC0

https://youtu.be/kCUW1J6i-74










이 정도는 보고 공부해야... 욕을 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쓰고 들여다보는 게 참 힘든 일이라는 걸 알지만. 나도 참 못하고 사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결국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나와 내 옆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않은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분노에 가득 차 있고 자격지심이 가득하면 혐오 정치가 이렇게나 잘 팔리나 싶어 씁쓸하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나 기사를 통해서는 사건의 전말을 알기 어렵다. 찾고 찾아 문제가 뭔지 안다고 해도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누군가 힘겹게 목소리를 내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무력감, 회의감, 냉소가 퍼질수록 청년들은 사람을 믿고, 가정을 꾸리고, 이웃을 돕는 일에 더 인색해질 것이다. 그걸 해결하지 않고서 저출산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거고.


암튼.


2천을 늘린다. 오케이. 생각을 해보자. 학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의대 2천 명 증원. 이과 문과인 다른 학과들이 어떻게 될 지도 우선 차치해 보자. 전국에서 수능 1등급 나오는 애들 다 합쳐도 5천이라는 의대 정원은 못 채운다. 심지어 지역인재전형으로 넣으면 3등급도 의대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수험 생활을 견뎌낸 머리 좋고 독하디 독한 애들이 의대,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다해서 10년은 기본으로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일하고 공부하면서 계속 최저임금 수준으로 굴려지는 건데... 3등급 받는 애들이 가능할까? 시험 통과할까? 그 와중에 서울에는 정원 배정 안 했더니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의사는 밥그릇 챙기는 이기적인 족속인데 내 아이는 의사했으면 좋겠고... 이 무슨... 그리고 진짜 현실을 아는 똑똑한 애들은 의사 안 하겠지. 대기업 가겠지. 아니면 해외로 가겠지. 그리고 결국 새로운 의사들이 배출되는데 15년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 전공의들 못 잡으면 비는 의료 공백은 어떻게 하나? 지방 군의관을 데려오겠다니, 다 죽일 셈인가. 그리고 지방 의료 인원이 부족하다면서 지방에서 사람 빼오면 어떡하나? 빈 의료 공백을 해외 의사로 채우려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는 나라에서 가능한가? 결국 이렇게 의료 시스템 수준이 똑떨어지면 국민이 제일 손해 아닌가...?라는 게 의대 정원 2,000명을 한 번에 늘리겠다는 정부 결정에 대한 나의 생각.


앞으로 어떻게 될지 계속 봐야겠지만,

한때 무력으로 사람들 탄압하던 게 이제는 법으로 도구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Fin.


* 며칠 동안 영상들 보면서 너무 우울했어서 맛난 거 먹고 싶은데 다이어트중이라... 더 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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