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써

2025년 5월 28일 수요일

by 곽예지나

am 5:47


한 권의 브런치북을 완성하고 난 뒤 고민에 빠졌다. 그 다음 가야 할 길의 방향을 아직 정확하게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1.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날마다 일기를 써서 브런치북으로 발행한다.


이미 해왔던 익숙한 일이고, 처음 브런치북을 시작할 때의 목표와도 결이 맞다. 하지만 날마다 뭔가 아주 조그마한 알갱이라도 있는 글을 계속 쓸 수 있을 것인가? 지난 한 달처럼 아침에 그만큼의 시간을 늘 할당할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벌써 이만큼 나약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좀 자존심 상하지만, 그렇다고 강한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날마다 글을 올리면 라이킷 수에서도 약간의 손해가 발생한다. 라이킷 수가 많고 적은 게 내 글의 퀄리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에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의 글을 읽고 품앗이 해주는 구독자-작가의 입장에서 보면, 날마다 라이킷을 눌러줘야 하면 좀 귀찮으시지 않을까?


2. 날마다 일기를 쓰되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으로 발행한다.


곧바로 브런치북에 싣는 것보다 부담감이 덜하다. 일단 발행일이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나중에 브런치북을 발행할 때 매거진에 올렸던 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릴 수 있다. 브런치북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이 방법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동안 조회수와 라이킷 수를 봤을 때, 매거진으로 발행한 글은 전반적인 통계가 살짝 저조했다. 브런치의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최신 글들이 브런치 연재글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이미 다수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입장이면 몰라도, 아직은 좀 더 공격적으로 글을 여기저기 선보여야 한다.

매거진으로 발행할 경우 강제성이 약해져서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습관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는 문제도 생긴다. 약속된 연재일에 글을 안 올린다고 브런치가 패널티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작은 강제성의 스위치가 마음에 은근히 중요한 작용을 해왔다. 나처럼 자기합리화를 잘 하는 사람에게는 책임감의 짐을 지워주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다.

3. 날마다 글을 쓰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글을 발행한다.


1번과 2번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결과 나온 결론이다. 가장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큰 단점은, 일주일동안 쓴 글을 연결할만한 공통점이 딱히 없는 것이다. 내 글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쭉 써나가는 것이 아닌, 날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일기이기 때문이다. 파편적인 글들을 굳이 묶어서 한 편의 글로 올린다? 글의 방향성이 일치할까? 읽는 동안 집중력이 유지가 될까?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뭔가 본질은 외면하고 껍질만 긁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제대로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이것 저것 재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내가 좀 어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수학적 사고력도 형편 없고, 시장에서 물건 값 깎는 것도 못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묵묵하게 해나가기 보다는 잘 하는 것만 약삭빠르게 치고 빠지려는 이것의 가장 큰 원인은 사실 게으름이다. 시간과 공을 들이려면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는데, 나는 그냥 최소 노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바라고 있으니까. 일 처리 과정에서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다시 반성하게 된다.

쓸데없이 머리 굴릴 생각 하지 말고 일단 그냥 써라, 예지나.


am 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