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늦게 꿴 하루의 단추

2025년 5월 29일 목요일

by 곽예지나

am 6:06


원래 시간보다 늦게 자면 다음날 아침에 딱 그 시간만큼 늦게 일어난다. 5시 30분에 일어나도 빠듯한 아침이건만,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약간 김이 새 버린다. 그날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어떤 활동을 못 하거나, 시간에 쫓겨 허덕여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원래 첫 단추를 잘 꿰야하는 건데. 오늘 하루가 계획했던 대로 출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


엊그저께 J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언니는 여행 갈 때 계획을 다 세우는 편이에요?” 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나는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이것은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다. 그저 ‘계획을 세웠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너무 짜증이 나기 때문’이다.

유림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변수가 너무 많은 데다가 갈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다. 핫플이나 맛집 탐방은 꿈도 꿀 수 없고, 가려고 계획한 곳도 유림이의 컨디션이나 그날 상황에 따라 뒤집어지기 일쑤다. 이런 식이니 언젠가부터 여행 가기 전 계획 세우는 것을 포기했다. 이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갔다가 의외로 새로운 발견을 하면 횡재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보너스.


유림이는 어제 피곤했는지 10시가 좀 넘어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내가 10시까지 유림이를 재우고 그 이후의 시간을 남편이 담당하는데, 이런 식이면 밤에 잠도 내가 재웠지만 새벽부터 유림이를 감시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유림이에게 아무런 고의가 없다는 것을 알아도 뭔가 손해를 본 것 같다. 유림이에게 성질을 낼 수는 없으니, 화살은 남편에게 돌아간다.


남편과 내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경위의 99% 이것이다. 유림이를 돌보는 일과 연결되어, 누가 더 힘들었는지 경중을 견주는 타령을 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생존이 보장되었을 때까지이다. 현재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여유는 사라지고 그때부터는 내가 지금까지 해 온 고생만 선명하게 남는다.


그래도 오늘은 부부싸움을 할 날은 아닐 것이다. 땔감이 있을 때마다 부부싸움을 했다면 우리는 허구헌 날 싸우고 있어야 한다. 어느 때는 내가 더 참아주고, 어떤 때는 남편이 관용을 베푼다. 보통은 체력과 마음의 용적량이 넓은 남편이 더 많이 이해하고 넘어간다. 가끔 한 번씩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해서 그렇지?


어쨌든 오늘은 유림이 덕분에 더 자버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찍 일어나 마치 저녁 6시처럼 활보하고 있는 유림이도, 어젯밤의 자유는 잊고 실컷 자고 있는 남편도 쿨한 마음으로 용서하겠다.


am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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