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를 보고

by 구열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음악동아리 멤버도 그렇고 반 구성원도 혼혈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혼혈인 학생들은 특별영주권이 있어야 하고 수업에도 배제를 당한다. 대놓고 차별까지는 아니지만 순수한 일본인이라는 가치가 훨씬 올라간 사회인 것 같다.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인다는데 아마 우리나라도 비슷한 미래를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는 점점 태어나지 않고, 당연히 일을 할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들어올 것이고, 이 영화처럼 반에서 절반 가까이 혼혈인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이 차별을 받는 사회일까는 잘 모르겠다. 어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정부는 차별을 하는 정부였고, 그렇기 때문에 시위도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과연 피부색이 다르다고 그 나라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고방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학교때부터 세계에서 얼마 안 되는 단일민족이라고 영광스럽게 배우는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외모나 가정환경보다 이 사회에 얼마나 스며들고 있느냐가 이 사람의 국적을 대변해줄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말을 하고,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한국인처럼 행동한다면 피부색이 다르다고 우리 사회에서 내쫓을 수 있을까 싶다. 여기 나오는 톰과 밍, 코우 모두 일본인이라고 생각한다. 밍은 중국어를 잘 못하고, 코우도 몇대째 일본에서 사는 일본인이다. 부모는 아닐 수 있지만 이들은 일본말을 하고 일본인처럼 행동하고, 일본인처럼 생활하는데 일본인이 아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후미는 이런 세상이 싫다. 철이 일찍 들었다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모르지만, 후미는 세상에 대한 걱정없이 살아가는 친구들과 달리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멋진 인물이다. 코우에게 세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단순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감시카메라를 없애기 위해 교장실을 점거하기까지한다. 모두가 배고파하는 순간, 교장이 건네주는 초밥을 한사코 거부한다. 그리고 한 명을 제외한 다른 학생들도 후미를 보고 이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코우가 전달해주는 김밥을 먹는다. 아직 성숙하지 않고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고등학생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도 있지만 다른 아이들도 후미를 보고 초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미의 리더십이 참 멋있게 보인다. 후미는 아마 미래에도 비슷한 어른이 될 것 같다. 부조리함에 맞서고 불의를 참지않는.


졸업식에 교장선생님은 감시카메라를 제거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차를 망가뜨린 사람의 자수를 건다. 교장실을 점거한 인원들은 반발하지만, 의외로 제거에 반대하는 인원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우리는 후미와 점거한 인원들에게 이미 마음을 주었기 때문에 이런 반대하는 인원들이 빌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의견은 존중해야한다. 아무리 그것이 별로인 의견이라도 일단 들어봐야 한다. 사람의 의견이 모두 같을 순 없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을 당하던 아이는 감시카메라로 인해 폭력을 덜 당했을 수 있다. 당연히 감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고, 심지어 잘못된 벌점을 내리는 등 아직 완전한 모습은 아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것은 건강한 행위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비꼬고, 듣지도 않는 행위는 오히려 싸움만 야기할 뿐이다. 후미는 이미 멋진 인물이지만 더 멋지고 건강한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의 의견도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멍청한 이야기더라도 각자의 생각은 모두 소중한 것이다. 일단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후에 나의 의견이 맞다고 주장해도 된다. 하지만 후미는 만약 이런 과정이 없다면 후미는 선의와는 다르게 오히려 적이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 둘은 다음에 보자라는 이야기를 나눈 채 육교에서 반대로 내려간다. 이 둘은 이제 다른 세계를 살아갈 것이다. 유타는 엄마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무엇인가 일을 할 것이고, 코우는 대학교에 갈 것이다. 마치 <성적표의 김민영>에서 정희와 민영이의 모습처럼 보인다.(미국으로 간 톰과 수산나도 비슷하다.) 고등학교 시절 절친에서 졸업 후 진로가 나뉘어 멀어진 정희와 민영이처럼 이 둘이 모습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싶다. 미가끔씩은 만나더라도 서로의 세계가 너무 바뀌어 더 가까워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왠지 유타는 미래에도 지금처럼 안좋게 표현한다면 철이 없는 사람일 것 같고, 코우는 점점 더 진지한 사람이 되어갈 것 같다. 둘이 만난다면 유타는 코우에게 서운한 감정을, 코우는 유타에게 한심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아마 코우와 유타가 더 가까워진 것은 공간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 그리고 동아리실이라는 공간. 둘에게 이 공간이 모두 없어진 셈이다. 서로를 가깝게 만들어주던 공간이 사라진 이상 둘의 사이는 더 가까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타는 혹시라도 마지막이 될 순간 조차 코우에가 장난을 친다. 유타가 간직하고 있는 순수함과 코우가 가지고 있는 진지함이 속성이 다를지언정 이 둘은 자신이 가진 속성으로 미래의 세계를 잘 살아갈 것 같다.


가장 좋았던 장면은 둘이 같이 담배를 피는 장면이다. 야구부 주장이 담배를 끄라고 담배를 받아들다가 카메라에 찍혀 벌점을 받는 그 장면. 둘이 담배를 피는 장면에서 서로에게 바라는 것 하나도 없는 순수한 우정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서로 조금 멀어진 듯 했지만 다시 가까워진 둘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물론 고등학생에게 담배를 피면 안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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