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시스템 (1)
우리는 모두 열심히 일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원하는 성과 또는 부(富)를 이루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과 상관성은 있겠지만 인과성은 없다. 2020년 즈음 비트코인의 폭등할 당시 누군가는 평소에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벼락부자가 되지 못했던 것일까? 이는 단순히 노력과 결과의 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의 단적인 예다.
생산성과 관련된 경영학의 주요 기틀이 되는 20세기 초 과학적 관리법의 등장을 살펴보자. 과학적 관리 이론의 창시자인 테일러는 산업혁명 시기 미드베일 철강회사에서 작업 조장으로 임명되어 근무할 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강압적인 태도로 노동자를 대하였지만 이내 노동자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알력 다툼에서 승리 하였지만 이러한 상황에 심적인 충격을 받은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프로세스 방법론을 개발하여 수치화, 체계화, 보상화를 통한 시스템을 통해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냈다.
과학적 관리 이론의 탄생 배경에서 노력의 두 가지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테일러는 부하직원과의 알력 과정에서 승리했다. 동일한 관리모델을 가지고 부하직원을 더욱 압박하여 추가적인 생산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노력의 양보다는 노력의 방향성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오늘날 IT 분야에서도 천재 개발자가 개발자 100명을 대체한다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동일한 결과로 가는 수백 개의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정의 내리는 사람이 더욱 많은 생산성을 가지고 가는 구조인 것이다. 그리고 이 해결 방법은 개인의 지식의 ‘질(質)’과 창의성이 높을수록 도출될 확률이 높다.
디자인 업계에서도 창의적인 시각과 생각의 질을 높여 디자인을 바라볼 때가 되었다. 디자인 에이전시를 이야기하면 항상 ‘야근’은 당연한 게 문화이고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노력의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시각적 결과물을 낱낱이 분해하고 분석하여 재구축하는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 높은 생산성과 시스템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디자인 시스템에 대해 미적인 기준, 그리고 IT업계에서의 기준, 브랜딩의 기준에서 정의 내리고 그 의미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Design, Decoration의 의미에서의 디자인 시스템
미술은 일정한 양식을 갖는다. 카라바조 양식, 바로크 양식, 로코코 양식, 아르누보, 인상파 등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의 변화와 함께 우리의 표현 방법이 미세하게 달라져 왔다. 이러한 양식은 서로의 작품에 대한 모방과 발전, 반전에 의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현대의 상업적인 디자인에도 ‘트렌드’ 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양식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양식의 특징을 문서화하고 서로를 구분 지으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때 차용(借用)하는 것을 시스템화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Design, Architect의 의미에서의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시스템은 IT 산업의 인터페이스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복잡한 명령어(Character User Interface)들을 컴퓨터 디스플레이에 시각적 오브제로 표현하고, 각 오브제에 명확한 목표와 동작을 부여해 사용자가 컴퓨터를 더욱 편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이 체계를 관리하기 위해 GUI 컴퓨터의 상용화를 성공적으로 해낸 애플은 HIG(Human Interface Guide)를 제작하였고, 이는 인류 최초의 포괄적인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디자인 시스템)으로 간주한다.
한편, 이 디자인 시스템의 체계는 개발 환경에서도 중요하다. 컴퓨터에서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메모리가 소요되어 자칫 성능이 늦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컴포넌트(버튼)를 정의하고 필요시 참조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코드를 줄여, 시스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즉 용량의 최적화가 이루어져야만 성공적인 GUI를 표현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한 명확한 체계가 필요했다.
디자인 시스템은 결국 가상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새로운 계층 구조인 것이다. 가상의 세계를 우리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실제 세상의 법칙들을 그대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즉 시스템은 사용자들의 편리한 학습을 위해 실제의 공간을 모방하여 제작된다. 버튼, 스위치 등등 실제 일상생활 속의 개념들을 가지고 가상의 공간에 표현하며, 물리적 공간을 베이스로 하는 오브제, 요소들은 사용자에게 익숙하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의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참고하여 Windows OS를 출시했지만, 두 회사의 디자인 스타일은 서로 달랐다. 이는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디자인은 세계관을 대변하고, 서로 다른 세계관은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세계관에 따라 OS를 선택했고, 이는 디자인 시스템을 통해 IT 서비스의 브랜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에어비앤비, 우버, 구글, 어도비 등 다양한 기업들이 디자인 시스템을 공개하고 있다. 디자인 시스템은 그들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동시에, 여러 소프트웨어 제품을 일관된 스타일로 표현하는 방법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지메일, 구글 슬라이드,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할 때 별도의 로고 없이도 "이 제품은 구글의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효율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디자인 시스템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실제로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해 가는 과정을 통해 디자인 시스템 구축 업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가이드를 작성하고자 한다.
작성자: 정수영
안녕하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디지털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 정수영입니다. 디자인과 디자인 경영, 인터넷 IT기술에 대한 통찰과 학습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디자인과 경영, UI/UX, Figma, Framer, No Code Web Builder 등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제 작업물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 부탁드리고요, 글에 대한 피드백이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이나 아래 이메일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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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 기여자, '과학적 관리법', 위키백과, 2024년 5월 16일, 12:51 UTC, https://ko.wikipedia.org/w/index.php?title=과학적_관리법&oldid=37111648 [2024년 10월 21일에 접근]
어라운드 허브 스튜디오, ‘컴포넌트 주도 개발(CDD) 이론편 [리액트(React + Typescript)]’, 2024년 8월, https://youtu.be/WtxUqTsTpC0?si=_b1yHrSLuD0wXMfP [2024년 10월 15일에 접근함]
어라운드 허브 스튜디오, ‘문서화를 도와주는 스토리북 사용해보기 [리액트(React + Typescript)]’, 2024년 8월, https://www.youtube.com/watch?v=WtxUqTsTpC0 [2024년 10월 15일에 접근함]
이재용, ‘사용자의 80%만을 위해 디자인하라 - Apple Human Interface Guideline의 역사’, pxd blog, 2011년 7월 15일, https://story.pxd.co.kr/400 [2024년 10월 15일에 접근함]
Tom Coleman, ‘Component-Driven Development', chromatic, Feb 10, 2017, https://www.chromatic.com/blog/component-driven-development/ [October 22, 2024 ac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