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서낭당과 어워(Ovoo)

by 윤기환


몽골 초원을 달리다 보면, 돌무더기와 장대에 나부끼는 오색 깃발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특히, 낮은 구릉이나 산 정상에서 이러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몇 날을 몽골 초원을 달리면서 보던 돌무더기가 오늘도 구릉을 넘을 때마다 나타난다. 몽골에 온 첫날부터 보았던 이 광경을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났는데, 우리의 서낭당(선황당)을 생각게 하는 모양이 신기해서 가이드에게 물었다. 몽골에서는 이를 '어워'라 한다 했다. 초원에서 이정표 역할을 하기도 하는 어워는 재앙을 막아주며, 그 지역의 땅과 주민을 보호해 주는 정령이 산다고 믿는단다. 그래서 몽골 사람들은 어워를 만나면 멈춰서 예의를 갖추고, 돌을 얹고 주위를 세 바퀴 돌며 소원을 비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 한다. 몽골인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라마교를 믿고, 최근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개신교가 세를 확장해 가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전통 신앙은 오늘날에도 건재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옛날 우리 어릴적 서낭당은 고개 마루와 마을이나 사찰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서낭당은 정비석의 소설 '선황당'을 비롯, 많은 글이나 노래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우리 토속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오늘날, 서낭당은 새마을 운동 진행 과정에서 미신의 상징으로 낙인 찍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민족 기복 신앙으로 살아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몽골의 어워를 보면 우리의 서낭당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왠지 친밀한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테를지 국립공원 내의 어워에 우리나라 무속인들이 많이 찾아와 제를 올리기도 한다고 한다. 몽골과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연결 고리를 생각해 볼때, 서낭당과 어워는 역사적ㆍ 정서적인 끈이 이어지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초원의 구릉 정상에서 만난 어워


엊그제 비를 맞으며 라이딩할 때, 힘들게 올랐던 주나모고개 정상에도 어김없이 어워는 있었다. 그때 우리는 가이드의 말대로 어워 주변을 세바퀴 돌며 빗길 라이딩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마음으로 빌었다. 의지할 것 하나 없는 광활한 초원에서 만난 어워가 낯선 이방인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오늘도 산 정상에 수호신처럼 우뚝 서있는 어워를 보며, 소설 '성황당'의 순이를 생각한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 성황당에서 남편 현보가 돌아오기를 성황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순이의 모습이 먼 이국 땅 몽골초원에도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가없는 초원을 벗 삼아 살던 몽골인들에게 어워는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이었을 것이다. 어워를 돌고 돌며 무사 안녕을 간절히 기원하던 몽골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돌무더기로 남아 있다. 몽골인들의 간절함이 어워를 통해 오랜 세월 살아 숨 쉬고, 그들의 가슴 가슴마다 깊은 신앙으로 면면히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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