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초원은 끝없는 대지만 있을 뿐, 가림막 하나 되어 줄 나무나 바위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종일 초원을 달리다 보면 급한 용변을 봐야 할 때 참으로 난감하다. 소변이야 적당히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큰 신호가 올 때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가이드에게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적당히 해결할 수밖에 없지 않냐며 웃음으로 답한다. 그러면서 몽골 초원에서는 남자가 볼일 보러 갈 때는 "말 보러 간다" 하고, 여자는 "꽃 따러 간다" 한단다. 초원 유목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재미있는 말이다 싶었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화장실에 여러 번 가고 나서야 겨우 속이 평정되는 나는 '말 보러 가는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몽골에서 첫 라이딩을 하던 날부터 그랬다. 아침에 출발하기 전에 두 번을 비웠는데도 라이딩 도중 또 신호가 왔다. 가려줄 것 하나 없는 허허벌판 초원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기를 쓰고 참으며 달리다 보니, 다행히도 여태까지 전혀 보이지 않던 커다란 바위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고마운 바위 덕에 초원에서의 첫 번째 '말 보러 가는 일'을 조금은 덜 민망하게 마쳤다.
첫날 초원 라이딩을 마친 저녁나절은 그래도 다행이었다. 텐트 인근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간이 화장실은 땅에 구덩이를 파고 이동식 텐트를 친 정도였다. 비데까지 설치한 깔끔한 화장실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이 조차도 어색하기 그지없지만, 그나마 민망함을 가릴 수 있어 다행이었다. 춘이 아우가 배설하고 오는 나를 보며 부럽다고 한다. 별개 다 부럽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우는 몽골에 온 이후 이틀째 변을 못 보고 있다 한다. 환경이 바뀌면 변비가 온다는 아우에게는 내가 부러울만하다.
일은 그날 밤에 또 벌어졌다. 잦아들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빗방울이 잠을 설치게 했다. 언뜻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텐트 출입문을 여는데 들개 두 마리가 입구에 떡 하니 누워있었다. 한밤중 무섭기도 하고 난감했다. 급히 문을 닫고 "워이 워이" 소리도 내보고, 텐트를 툭툭 쳐서 쫓아보려 했지만 잠에 취한 건지 꿈쩍도 않는다. 결국 급한 내가 살 길을 찾아야 했다. 반대편 비상 쪽문을 열고 간신히 빠져나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간이 화장실로 향했다. 비 내리는 오밤중에 해괴망측한 이 광경은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도 무서운 들개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일처리를 마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들개는 온데간데 없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들개가 아니고 인근 방목장을 지키는 개였을 거라 한다. 개들도 사람이 그리워서 잠시다녀간 것일까? 간밤 무서웠던 상황을 얘기하며 동료들과 한바탕 웃었다.
춘이 아우는 다음날 빗길 라이딩을 하던 도중, 억센 비를 맞으며 사흘 만에 드디어 '큰 일'을 보는 데 성공했다.
"형님!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환갑을 훌쩍 넘긴 아우가 똥 싸고 온 일을 자랑삼아 큰소리친다. 그 모습이 재밌어 웃으며 축하해 줬다. 어릴 적 들판을 쏘다니거나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아무 데서나 바지를 내리고 궁둥이를 내밀던 때가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연과 더불어 살던 시절이었다. 오랜 세월 지나 이국 땅에서 그 시절을 재현하고 있다.
어릴 때나 나이 먹어서나 '잘 먹고 잘 싸는 일'은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행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