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뜰아이들 Jan 29. 2023

사실 필요하잖아요, 이런 클리셰

두리안 01. 삶의 어떤 부분에서는 클리셰가 필요하다

입장문 : 비타민이 필요해


어느 날, 뜰아이들은 이야기했어요.

두리안曰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술 마시면 이틀은 피곤해."

문식曰 "다음날이 뿅 하고 사라지지."

변윤제曰 "난 요즘 비타민을 챙겨 먹기 시작했어."


의무적으로 햇빛을 쬐고, 스트레칭하고, 열 번 고기를 먹으면 한 번은 샐러드 먹는 일.

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써보기로 했어요. 이 삶에 비타민이 되어줄 것들에 대해 글쓰기.


문턱이 낮습니다. 어서오세요.

뜰아이들 두리안이 이야기할 주제는 '클리셰'입니다






실 필요하잖아요, 이런 클리셰

                 

Japan Commercial - Expectation / 출처: WLDO


정장 차림으로 버스에 앉아 있는 여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때 그녀 앞에 '빨간 양말에 검은 구두'를 신은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녀가 자리를 양보하고, 이에 할아버지는 "친절하시네요" 하며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면접장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관 앞에 앉았는데, 무슨 일일까요.

또 한번 그녀 앞에 '빨간 양말에 검은 구두'를 신은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 준 그 할아버지인가? 우연히 베푼 선의가 행운으로 돌아오는 건가?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설마, 설마 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해요.


면접을 보고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 길. "오늘 아침엔 고마웠습니다."

회사 로비를 청소하던 할아버지가 말을 건넵니다. 네, 아침에 본 빨간 양말 할아버지입니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면접을 망친 것 같다고 말하죠. 이때 멀리서 직원들이 뛰쳐나옵니다.

"회장님! 왜 청소를 하고 계세요!" 그녀는 놀라죠. 아, 설마설마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습니다.



클리셰의 다른 말


결과적으로, 그녀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상황은 빨간 양말 할아버지 '회장님'일 것처럼 흘러가지만, 기대하는 순간마다 미끄러집니다.

진짜 회장님은 따로 있었고, 진짜 회장님이 '형제'라고 부르는 사람도 따로 있었고, 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이 영상은 일본의 '다카라 토미'라는 회사에서 만든 보드게임 광고입니다.

미국 '인생의 게임(The game of life)'을 수입해 스토리를 일본화한 것이죠.

'면접날 우연히 선의를 베푼 사람이 알고 보니 회장님이었다'는

한 번쯤 상상했고 드라마에서도 본 클리셰를 묘하게 비껴나갑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에서나마 이뤄야 하는 것입니다.


흔히 클리셰라고 하면, 이런 것들을 떠올릴 텐데요.


정해진 공식

진부한 표현

판에 박힌 뻔한 전개

유치한 이야기


우리가 아는 클리셰는 처음부터 클리셰였던 걸까요.

어떠한 표현이나 이야기가 클리셰가 된 배경, 그러니까 반복되어 온 배경은

많은 사람의 정서를 건드리는 표현이나 이야기이기 때문 아닐까요.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클리셰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


신선하지 않을지언정,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정의는 승리하고, 착한 일을 하면 보상받고, 마법처럼 첫눈에 반하는 이야기.

정의가 승리해야 발 뻗고 잘 수 있고, 보상이 따라야 착한 일을 할 수 있으며,

순수하게 다른 사람에게 반하는 일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십 번은 넘게 봤을 거예요.

주인공이 손을 뻗으면 택시가 한 번에 잡히는 장면.

이 찰나의 클리셰가 우리 곁에 있다면, 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 비행기에 타려는 사람을 붙들든,

아슬아슬하게 면접장에 도착해 엉뚱한 대답으로 면접관 마음을 붙들든,

마지막 남은 디저트를 사서 소소한 달콤함을 깨닫든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깨닫게 되겠죠.


삶에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클리셰가 필요하다.

삶에 필요한 클리셰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의와 사랑, 우연에 대한 찬양일 수도 있어요.


끝으로 참이슬의 일본 광고를 소개할게요.

'한국 드라마로 보는 연애 지침서'라는 이름으로 클리셰들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이런 클리셰, 저에게도 꽤 필요해 보입니다.


일본 참이슬 광고 / 출처: ᴄʜ. ᴘsʏᴄʜᴇᴅᴇʟɪᴄᴏ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