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밤 Mar 25. 2024

나비가 되기 위해

꽃 사이를 날고 있는 나비를 봅니다.

날갯짓 한두 번에 금세 방향을 바꾸고 어디로든 날아듭니다. 사람들은 그 자유분방함에 자신을 이입해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고픈 열망을 갖습니다.

장자도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나는 꿈을 꾼 뒤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하겠다.”라고 말하며 물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심상을 자극하는 나비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애벌레의 모습을 탈피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런 성장 과정은 삶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에게 큰 감명을 줍니다.

그런데 혹시 변태가 일어나는 고치 속을 상상해본 적 있나요?

나비의 애벌레는 쉬지 않고 먹이를 먹으며 양분을 쌓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고치 속에 몸을 숨이고 성충이 되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은 애벌레가 나비의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입니다.

고치 속 애벌레는 길쭉한 몸통에서 다리와 날개가 돋아나는 것이 아니라, 걸쭉한 액체 상태로 완전히 용해된 뒤 나비의 형태로 재생성됩니다. 유충인 애벌레는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렇듯 나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극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자유분방하게 날아다닐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기존의 생김을 버리고, 습관을 버리고, 오로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버텼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간절함의 차이는 있겠지만 깨어있는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하지만 나비처럼 자신을 용해하는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자신을 용해하는 과정은 굳어져 버린 삶의 습관, 마음가짐, 쌓아온 관계 등이 무겁고 악할수록 큰 고통이 따릅니다. 그러니 일생동안 한 번이라도 자신을 용해해 새롭게 태어나고자 한다면 삶을 가볍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유유자적 날아오르는 나비를 봅니다.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아름다운 날갯짓의 위대함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어지럽게 엉켜있는 마음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화분이 깨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