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 출간 도전기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이야기

by 진향림 최윤순



“여보, 나 오늘 부산가. 뉴북 프로젝트 2차 면접 날이야. 갔다 올게.”

“최윤순 작가님. 파이팅! 이걸로 아이스크림 사 먹고 절대 기죽지 마. 그냥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말해. 죽고 사는 일도 아니잖아. 알았지?”

남편이 준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과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문을 나섰다. 7월 22일 숨이 막히도록 더운 날씨였다. 내 인생에 최고의 행운을 잡고 싶은 간절한 날! 바로 협성 문화재단 뉴북 프로젝트 공모전 2차 면접 보는 날! 면접 장소는 협성 건설에서 지은 부산 북두칠성 도서관에 있는 글 고운학당! 이름도 참 예쁘다. 부푼 꿈을 안고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면접 시간은 오후 2시. 너무 긴장한 탓에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런 면접은 처음이어서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까지 들리는 듯했다.

사실 여러 공모전에 도전해 왔지만, 2차 면접까지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1차 서류 심사에서 10명 안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메일로 확인하고

남편에게 뛰어갔다.


“여보 협성문화재단 뉴북 프로젝트 공모전 1차 시험 합격이래. 면접시험 보러 오라네.”

남편은 빙그레 웃으며 “대단하네, 멋져. 우리 집에 작가님 등단하네.

이제부터 유명 작가님 모시고 살아야 하는 거야? 하하.”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몰라했다.

“10명 뽑았는데 2차 면접에서 5명을 최종으로 뽑는대.”

“다 됐네. 설마 5명 안에 못 들겠어? 우리 마누라가 어떤 사람인데.”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다 된 듯한 기분!

하지만 면접도 시험이다. 그것도 문제지도. 답지도 없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오리무중인 시험.

천장이 유난히 높고 예술적인 품격까지 북두칠성 도서관! 휴관일이라 조용했다.

내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지고, 걸을 때마다 또각또각 새구두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대기실엔 10명의 수험생이 쥐 죽은 듯 앉아 각자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준비해 간 메모지를 들고 중얼중얼 연습했다.

그러다 내 차례가 되었다.

면접관은 네 분의 작가님들!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손주가 다섯이라던데 어떻게 돌보세요?”라며 이것저것 물어봤다.


스몰토크가 끝나자, 한 면접관이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순간 말문이 막히고 입술이 달라 붙은듯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 그런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이 없어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또 다른 면접관이 물었다. “손주를 날마다 돌보신다고요?

만약 당선된다면 한 달 안에 원고를 수정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나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렇게 여지를 남기는 작가님 말씀에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또 한 분이 “요즘 조부모 육아가 대세인데, 작가님 글에는 너무 달콤하게 지내는 모습을 많이 담고 있어요. 손주 돌보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그런 어려움이 좀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손주들과 힘들게 보냈던 지난한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 원고에도 그런 힘들고 긴박한 상황이 들어 있어요.

울면서 쓴 글이 얼마나 많은데요.” 순간 ‘원고 선택을 잘못했나? 제목이 너무 튀었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공모전마다 목적과 색깔이 다를 수 있으니까.


골프도 마찬가지다. 어떤 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략이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

우리의 삶도 늘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선택지를 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니까.

거기에다 나같이 손주 돌봄을 달달하게 그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이번 공모전에 황혼 육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글은 뺏다.

‘너무 가볍게 쓴 글만 선택했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렇게 어렵게 목적지에 도달한 듯했던 2차 면접의 문턱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너졌다.

오랫동안 가슴 졸이며 준비해 왔던 시간과 정성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한동안은 종잇장 하나 들 힘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 다녔다.

하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 글이 ‘열 명 안에’ 뽑혔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다시 수정하고 다듬으면 내 글에도 따스한 온기를 입힐 수 있지 않을까?

그날 면접관들의 질문 속에서 나는 내 글의 방향성을 깨달은 것이 가장 큰 수확!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 큰 영광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딛고 일어서는 데 있다.”


그 말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열심히 준비한 원고를 그냥 묵혀두기엔 너무 아깝다.

그 후 나는 여러 출판사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출판사에 투고해 책을 낸다는 건

마치 하늘의 별을 따는 일처럼 느껴졌다.

허탈한 마음을 가다듬고 브런치와 블로그 작가들의 글을 읽고, 나와 콘텐츠와 결이 비슷한 책을 찾았다.

그러던 중 미다스북스 출판사에서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라는 유영숙 작가님의 책을 발견했다. 희망 도서로 신청하고, 서평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저도 황혼 육아 성장 에세이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그 작가님은 반가워하며 메일 주소를 남겼다.

먼저 개척한 길을 다정하게 안내해 주신 작가님 덕분에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리고 바로 그 책이 네이버 신간 베스트셀러로 선정까지 된다니!


브런치 작가님들, 네이버 블로거들, 4년 동안 매주 글을 쓰고 함께 합평했던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이

하나하나 손잡고 도와줘서 책 출간이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책이 출간되고 12일간의 예약 판매 기간에 내 책의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 네이버 신간 베스트셀러라는 명함이 붙은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 이러다가 정말 베스트셀러 작가 되는 거 아냐

허황한 꿈같지만, 어쩌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나는 60대, 다섯 손주를 두고 7년째 손주 돌보는 할머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전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결국,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고, 꿈꾸는 자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의 출판 도전은 협성문화재단 뉴북 프로젝트 공모전 준비로 시작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책을 내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


어느 날 글쓰기 동아리 후배가 말했다. “선생님, 협성 문화 재단 뉴북 프로젝트 출판 공모전에 공모해 봐요.

원고가 있고 당선되면 300권 만들어 준대요.” 그 말에 가슴이 뛰었다.

검색해 포스터를 확인하니 정말이었다. ‘이번이 내 기회구나!’

간절히 원한 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1차 서류 심사에서는 합격했다.

몇백 명의 경쟁률을 뚫고 내 이름이 올라왔을 때의 감격이란!

내 글을 누군가, 그것도 전문가들이 인정해 준 것! 그 사실만으로도 자긍심이 차올랐다.

며칠간 밤잠 설쳐 가며 준비해 갔지만 면접관들 앞에서 너무 떨려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무엇이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고, 실천하는 자에게 결과물이 따른다.

나는 꾸준히 책 출판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했다.

협성문화재단 뉴북 프로젝트 1차 심사에서 10명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가능성을 본다.

내 황혼육아 콘텐츠가 가진 힘을 인정받았다고 믿는다.


물론 다른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지만, ‘책을 만들어주는’ 공모전에서는 번번이 낙방했다.

이전에는 황혼육아의 어려움이나 정부 정책 이야기를 너무 직설적으로 썼다는 평을 받아 뺏었다.

그러나 이번 면접을 통해 오히려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내 글을 다듬는 데도 중요한 방향성을 얻었다. 무엇이든 도전하라.

실패했다 해도 다양하고 작은 경험들은 작가 또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테니까.


사실 나는 창의력은 남보다 떨어진다는 걸 인정!

그러나 정보를 알면 곧바로 실천하는 실천력은 남다르다.

누군가 주는 정보를 귀하게 여기고 도전하는 마음과 자세가 있다.

그러다 보니 주문과 동시에 책이 배송되지 않는 예약 판매 기간, 그것도 1주일도 안 됐는데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책이 <네이버 신간 베스트셀러 작가> 라는 명함을 받게 됐다.

나는 순발력과 창의력은 없으나 꾸준함은 있다. 엉덩이로 글을 쓴다고 생각한다.

한 꼭지 글을 쓰는 데도 수십 번 읽어보고 수정한다.

여러 번 탈고하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나 문장이 떠오른다.

그리고 서서히 글이 완성된다. 아니, 그냥 글을 떠나보내야 끝이 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출간기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홍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