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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기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홍보하며

by 진향림 최윤순

(타임 시사에 제 책 소개글이 나왔어요.)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작하는 활동은 출산하는 것과 같다.

내가 혼자 만들어 낸 작품이 세상에 어떻게 드러날지 상당히 기대가 된다.

드디어 내 책이 11월 17일에 출간된다. 두 딸의 다섯 손주를 7년간 ‘격년제 돌봄’ 하면서 겪은

서사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책 출간할 당시엔 난감했지만 편집자님과 계속 디렉팅을 주고받고 끝도 없는 수정을 하면서 윤곽이 잡혀갔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이뤄냈다고 생각하니 스스로도 뿌듯하다. 오후엔 손주 돌보면서 바쁜 시간 쪼개어 글을 써 가니 많은 양의 글을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글을 써가면서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내 손주만 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손주들 다른 아이들도 참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어디서든 아이들을 보면 눈 맞춤을 하고 그저 예쁘게만 보이는 걸 어떡하랴. 그래서 다정한 말도 건네고 이름도 열심히 불러준다.


출간하고 나니 내 책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처음 출간할 마음을 먹었을 때는 ‘그래, 준비했으니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나의 소장품으로만 간직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번 수정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정성을 다해 준비한 것을 그냥 구석에 묻어두는 것은 아니지. 홍보를 해보자! 마음을 바꿨다. 처음엔 홍보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아는 사람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

특히 책은 생활필수품도 아니고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운동센터에서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에게 책 출간소식을 알렸다.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아는 언니가 책을 썼는데, 어떻게 무슨 내용으로 썼는지 궁금하고 읽어보고 싶단다. 그리고 선뜻 책을 사겠다고 하니 참으로 고마웠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그런데 책 출간은 예약 판매 기간이 있다.

예약 판매 기간에 파는 예매율에 따라서 작가의 인지도나 서점에 노출 방법과 빈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책도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열심히 홍보했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평을 털어놓는

친구도 있었다.



음식점 한의원 치과를 오픈했을 때 서로 어우렁더우렁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우리에게는 있다. 하지만 처음 출간하는 책, 그것도 유명 작가가 아니라 첫 출간하는 신진 작가에게 홍보는 어려웠다. 눈에 보이는 가게가 아니라 인터넷상에 가상으로 펼쳐진 것만 보고 예약 판매 기간에 팔라는 정책. 관계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가게에서 책을 팔아야 한다니!


“어느 구름에 비 들어 있는지 모른다.”라는 속담을 나는 참 좋아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홍보에 관한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어떤 사람은 불편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내 책을 통해 위로를 받고

공감할 수도 있겠지. 첫 아이 낳고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르는 젊은 부부. 느닷없이 떠맡게 된 황혼 육아하는 조부모님들에게는 여름날 시원하게 퍼붓는 소나기처럼 답답한 마음을 해결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꼭 집어 알려주는 '황혼육아' 7년 차 할머니의 '깨알 지혜'가 내 책에는 들어있다. 이렇게 생각의 방향을 바꾸니 자신감이 생기고 홍보에 대한 전투력이 생겼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한 친구는 책의 목차만 보고서도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읽고 싶고 책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그럴 땐 마치 하늘을 나는 듯 기분이 들떴다. 적극적인 자세로 홍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이렇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내 책을 본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한 후배는 말했다. “언니가 책을 출간했는데 제가 한 권만 사면 안 되지. 목차하고 출판사 뷰만 봤는데도 구미가 당겼어요. 가장 먼저 다섯 살 손자 키우는 며느리에게 선물할 거예요. 성당 서가에도 비치하고 손주 육아는 교우들한테 선물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구나. 그 말을 듣고 사실 나는 많이 놀랐다. 누군가 출간 소식을 알렸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지? 책 한 권 사주는 걸로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책 사주는 것도 일종의 품앗이라고 생각하며 그들도 내 책을 사주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후배를 보고 내가 책을 사서 성당이나 교회 서가에 비치하라고 전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또 다른 지인은 자기 책을 주문하고 영수증과 함께 “회사 도서관에도 희망 도서로 신청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까지는 공공도서관에서나 희망도서를 신청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큰 회사는 각자 나름의 도서관이 있나 보다.



서점 운영하는 지인과 친구 서점에 직접 주문해 놓고 작가님 예약율 높여야 한다고 애써주시는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울컥하니 목이 메고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들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씀은 내 삶의 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인간사에선 서로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사는 거다.




내가 책 출간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주저주저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추천사까지 선뜻 써 주신 작가님이 계신다.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 를 쓰신 유영숙 작가님! 그분은 ”작가님의 책이 계획하신 만큼 많은 분에게 읽히길 바랍니다. 지금이 후반기라서 도서관에서는 희망도서를 받는 예산이 거의 떨어진 상태라네요. 다행히 구립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이 가능하여 신청했어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 후 나는 홍보 메시지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가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 책을 출간했어요. 예약 판매 기간 11월 4일~11월 16일까지입니다. 예매 기간에 구매해 주시면 큰 도움이 되어요. 주변 친구들에게 홍보도 부탁해요. 그리고 책을 출간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 성심껏 보답하겠습니다.”


이렇게 내 일이 아니지만 한 작가로 우뚝 서도록 말없이 도와주는 사람이 곳곳에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작가 본인이 홍보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꺼리면 어떻겠는가? 12일간의 예매 기간을 주면서 홍보하라고 하는데…. 홍보가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작가가 앞장서서 홍보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작가님 책이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93 위에 들었어요. 주간 베스트 순위에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네이버 베스트 도서에도 들어가요.”라고 이미 출간한 작가님들이 말씀해 주셨다. 내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창작품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게 하려면 홍보라는 과정도 꼭 필요하겠구나! 내가 알리지 않으면 바쁜 세상에 누가 알아주겠는가? 책 출간은 인쇄까지 다해서 바로 주문하고 배송되는 과정이 아니라 예약 판매 기간이 있다. 그때 예약판매율로 작가의 인지도가 결정된다는 것은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아무튼 책을 출간하는 것도 세상에 알리는 것도 작가에게는 커다란 도전이다.



오마이 뉴스에는 '황혼육아' 7년 차 할머니의 '깨알 지혜'를 나눕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80392#none

타임 시사에 <책을 읽읍시다>에 기사화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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