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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Feb 22. 2023

영어 (외국인) 울렁증



  영어 울렁증은 정녕 극복 될 수 없는 것인가?

영어를 전공했다고 생각하니 발음도 더 유창하게, 짤막한 단어가 아닌 문장도 더 길게 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문법적 오류가 없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항상 발목을 잡고 영어 울렁증을 강화시킨다. 용기? 아니, 근거 없는 자신감? 즉 철면피가 되어야만 영어를 잘하는 것 듯하다.


  황금 같은 나의 휴가 한 달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렸다. 더 자유를 만끽했어야 했다. 여름방학은 혹서기라서 겨울방학은 혹한기라서 나의 취미 활동, 골프 라운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그래도 딸이 교사라서 방학이 있고 나한테도 휴가가 따라온다는 것을 감사하며 산다. 어제는 개학 바로 전날 딸이 출근했다. 10살 손자 축구교실에서 픽업해 점심 같이 먹기, 수학 학원 데려다주고 학원비 결제하기, 돌아오는 길에 두 손주들 하원시키는 것이 내 할 일이었다. 최근엔 학교 폴리스, 어린이집 동화책 읽어주기 봉사 활동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일도 굉장히 다이내믹하고 딸 대신 전천후로 마크를 해서 굉장히 큰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겼고 엄청 뿌듯했다. 딸이 방학 내내 맛있는 거 많이 사줬다는데도 할머니랑 같이 밥 먹을 신박한 곳을 못 찾고 결국은 쉽게 보이는 김밥 천국에 갔다. 나는 냉 콩국수, 손자는 덜 매운 불고기 덧 밥을 주문했다. 막 수저를 드는데 한 외국인이 들어왔고 손자는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앉는다. 마스크를 써서 잘 모르겠는데 자기 영어 학원 선생님인 것 같다고 해서 인사하고 오라고 했다. 원래 부끄러움이 많은 애라 얼른 자기 선생님 아닌 것 같다며 둘러댄다. 빨리 밥 먹은 후에 외국인과 말하기 실천하려고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자리와 외국인 자리 사이에는 덩치는 산만하고 온 몸뚱이에 문신을 한 청년 5명이 떡볶이가 맛이 있네, 없네 하며 시끌벅적 욕을 하고 있었다. 난 계속 손자와 그 외국인에게 어떻게 말을 걸까 구상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늦게 식사하기 시작했던 그 외국인이 먼저 식당을 나가는 게 아닌가?


  사실 나는 ‘Excuse me, Are you working at ~~~ academy?,라고 묻고 싶었다. 원래 나는 외국인 아니 영어 울렁증이 있다. 하지만 손주를 위해 실수할 망정 한 번 시도는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밥도 덜 먹었는데 쫓아가기는 좀 거시기했다. 아깝게 기회를 놓치고 돌아오는 길에 손자에게 난 외국인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Excuse me,

This is my grandson. He doesn‘t make sure that you are his English teacher or not. He can‘t say hello. Are you working at ~~ academy? “

어때? 하고 손자에게 말하니 한 번 더 말해보란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할머니, a little bit awkward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단다.)

그러면 너는 어떻게 말하려고 했는데? 하고 물으니

“Are you my English teacher?” 손자는 분명히 그분이 자기 영어 선생님이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부끄러웠고 손자도 나처럼 외국인 울렁증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운동하는 실내골프 연습장에도 외국인 남자가 나하고 비슷한 시간대에 운동하러 온다. 항상 한국인 아내와 같이 와서 말 걸기가 어려웠고 한 10여 명이 한 줄로 쫘악 서서 운동하고 있다. 그런데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말 걸기가 어려워서 간단히 손을 드는 정도의 손 인사만 근 1년은 한 것 같다. 부부는 그 동네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아내와 만나면 이런저런 골프 얘기를 할 수 있는데 그 외국인 남자랑은 여러 사람들 앞이라서 어렵다. 어느 날 그가 혼자 왔다.


“Isn‘t Julie, here? ( Julie는 부인 이름)  

처음엔  “No.  She is ~~ ~~~ ~~~ her some. 한다.

 her some만 들리고 나머지는 들리지 않았다. 내가 some? 하고 못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얼른 사전을 찾아 '애기'라고 한다. 난 며칠 전 그녀가 자기 딸을 결혼시켰다는 걸 들었는데

무슨 애기지? 의아해하며 갸우뚱하니 son 했는데 또 나에게는 Some으로 들렸다.

우리 인간은 상대방과 소통할 때 목소리가 분명한 것도 중요하지만 화자의 입모양, 얼굴 표정, 제스처 등 Non verbal language (비음성적인 언어) 도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으로 마스크도 썼고, 약간의 사회적 거리를 두어서 또 some? 내가 또 짬짬하니 스펠로 s, o, n이란다.

아하!

“She is eating breakfast with her son. How old is he? “

 27.’ 그러면서 '나 너무 늙었어.' 한다.

그래서 내가 얼른 ‘You look younger.’라고 말했다.


  우리도 다 큰 자식들 보고 우리 애기라고 말하는 거나 비슷한 느낌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아차렸다. 오늘도 혼자 운동을 와서 우린 또 손 인사를 하고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아직 덜 끝났는데 가방을 정리하기에 “ Are you finished?”

“Yes. I have to go to the doctor. Have a nice day.”  이번엔 확실히 들렸다.

나는 you, too.라고 말하고 연습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Thank you, have a nice day, too.”라고 했어야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았다.

주변에 사람 많지 않고 그 외국인의 아내랑 같이 말할 분위기라면 사냥감 만난 듯 영어로 얘기하는 것 시도해 볼 것 같은데 아쉬움이 크다.

언젠가 같이 스크린이라도 치면서 말해보고 싶다. 그럴 날을 꼭 만들고 말 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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