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평의 자연의 담긴 '가평 잣 생막걸리'를 음주해 보았다.
막걸리의 세계는 굉장히 다양하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모두 다른 재료를 사용하며, 과일을 넣는 경우도 있고, 약초, 견과류 등 여러 원재료를 통해 만들어진다. 오늘 내가 가져온 막걸리는 이 중 '잣'을 이용하여 탄생한 막걸리이다.
'가평 잣 생막걸리', 이름만 들어도 이 친구가 어떤 맛을 낼지 얼추 짐작이 되는 느낌이다. 아마도 고소한 탁주 느낌이 아닐까. 나름 다양한 막걸리를 음주해 본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잣'이 들어간 막걸리를 음주해 본 경험은 없었고, 덕분에 상당히 기대되는 마음으로 편의점에서 병을 들게 되었다.
그럼, 과연 이 막걸리에는 가평의 자연이 얼마나 담겨 있을지. 설레는 가슴과 함께 뚜껑을 따보도록 하겠다.
가평의 자연이 선물한 한 병, 가평 잣 생막걸리
생김새는 꽤나 옛스럽게 생긴 막걸리이다. 포장지나 겉면이 전통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 이전에 유행하였던 지역 막걸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막걸리의 가격은 편의점에서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2300원,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 막걸리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착한 가격이다. 온라인을 조금만 둘러봐도 비교적 싼 막걸리가 5000원 수준이니,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평 잣 생막걸리'라는 이름을 가진 술답게 국내산 쌀과 가평의 특산품인 잣을 엄선 하여 빚었으며, 2013년 업계 최초로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참고로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쌀 가공품 품평회 1위의 경력도 가지고 있는 상태이다.
여하튼 가격에 비하여 여러 수식어가 많아 보이는 이 막걸리, 과연 맛은 어떠할까. 드르륵 하며 돌아가는 뚜껑, 언제나 술의 시작을 여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다.
잔에 따르고 나니 우유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순백의 색이 돋보인다. 농도는 그렇게 진해 보이지 않으며, 요즘 나오는 막걸리들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색 같다.
코를 내밀고 향을 맡아보면 고소한 잣향을 느낄 수 있다. 잔으로부터 흘러나오는 향 자체는 청량하고 시원한 편이나, 고소함의 끝에서 살짝은 비릿한 향이 같이 올라오는데, 이 부분은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고소한 잣 향과 미세하게 느껴지는 쌀과 알코올의 향, 개인적으론 그렇게 나쁘지 않다.
이어서 설레는 마음과 함께 잔을 입에 가져다 대어 보았다. 약한 탄산과 함께 혀를 감싸 안아주는 단 맛과 산미. 첫맛에선 약한 단 맛이 먼저 혀를 툭툭 건드리며, 한 차례 지난 후에 산미가 맛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다.
그렇게 혀를 통과한 술은 그대로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가고, 이때 약간의 산미를 혀에 남긴 채 사라지긴 하지만, 가볍게 들어왔다가 가볍게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긴 여운이 있는 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술의 맛이 상당히 옅은 편이다. 단 맛과 산미, 부드러운 주감, 코로 느껴지는 약간의 고소한 향으로 술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인 맛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정확한 맛의 방향을 알긴 어렵다고 여겨진다.
가벼운 바디감에 무난한 풍미, 거기에 간결한 맛을 지니고 있기에 진한 맛을 선호하거나 묵직한 느낌을 원한다면 추천하기 힘들듯 하고, 반대로 가벼운 맛에 산뜻한 막걸리를 음주하고 싶다면 한 번쯤 마셔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이래저래 약간은 아쉽게 다가오는 막걸리였다. 조금만 더 잣의 고소함과 풍미가 살아났다면 어땠을까. 맛의 끝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비릿함과 옅은 맛이 주는 부족한 풍미는 나에게 좋은 음주라고 말하긴 어려웠다. 한 번쯤 마셔보기에 나쁘지 않은 막걸리라고 생각되며, 안주는 막걸리의 맛이 약하기 때문에 비교적 자극적인 음식들인 '해물파전, 전골, 짜글이' 등을 추천한다.
'가평 잣 생막걸리', 위에서도 말했지만 기대한 맛에 비해서 살짝 아쉬움이 따르는 술이었다. 수상경력과 소개를 보았을 때 조금 더 진한 고소함과 풍미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옅고 가볍게 사라지는 것이 이 막걸리의 특징인 듯하다.
막걸리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가평 잣 생막걸리 블랙'이라는 다른 버전의 막걸리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아무래도 진한 풍미에 대한 기대는 조만간 그 막걸리와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가격이 더 비싸니, 맛 역시 좀 더 뛰어나지 않을까.
오늘의 술, '가평 잣 생막걸리'의 주간 평가는 '5/2.5'이다. 전체적으로 옅은 맛과 부족한 잣의 농도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따르는 듯하다.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