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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일기 Nov 22. 2023

한 잔 맛보니 호랑이가 뒹굴거린다

- 호랑이도 사랑에 빠진 단감, '호감'을 음주해보았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나라엔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여러 전래 동화가 존재한다. 콩쥐팥쥐, 흥부와 놀부, 햇님달님 등 수많은 이야기들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우리의 수면을 도와주었다. 이런 옛날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호랑이와 곶감'인데, 지금이야 이 이야기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는 정말 호랑이가 나타나다도 곶감 하나만 있으면 해결되는 줄 알았다.


오늘 내가 가져온 주류는 이 호랑이와 곶감을 떠올리게 만드는 술이다. '호감', 호랑이와 감, 그리고 좋게 여기는 마음이란 뜻인 '호감'이라는 중의적 표현을 가진 친구이다. 호랑이가 좋아할 정도의 감이라면 과연 어떤 맛과 향을 보여줄지, 옛 전래동화를 떠올리며 뚜껑을 열어보자.


호랑이도 사랑에 빠진 단감, 호감

참으로 귀엽게 생긴 디자인이 따로 없다. 일반적인 병보다 아래쪽이 뭉툭한 편이며, 전면부에 보이는 띠지에는 상당히 통통해 보이는 호랑이가 누워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병 안으로는 주황색이 빛이 반짝이고, 뚜껑도 곱게 포장되어 있는 상태이다. 가격에 비하여 도안의 상태가 꽤나 깔끔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분명히 술 이름은 '호감'인데, 어째 퉁명스러워 보이는 호랑이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그리 호감이 잘 가지 않는다. 무엇이 마음에 안들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 꿀밤을 한 대 톡 놔주고 싶다.


'호감'은 '배상면주가'가 청정지역 고창의 당도 높은 대봉감으로 빚은 술로서, 풍미가 깊고 달콤한 냄새가 인상적인 주류이다.


연하게 퍼지는 감 특유의 향이 새콤달콤한 애플향과 어루어져 입맛을 돋아주며, 톡톡 튀는 탄산감을 곁들인 감미로운 마무리는 술이 사라질 때까지 만족스러운 기분을 선사한다고 한다. 참고로 제품명상 술의 이름은 '호감'을 풀어쓴 '호랑이가 사랑한 단감'이다.


이 술의 용량은 370ML, 도수는 6도, 가격은 3900원. 적당한 용량과 낮은 도수, 거기에 굉장히 착한 가격이다. 소주 하나가 2000원이 넘어가는 지금, 대봉감으로 빚은 술이 소주 두 병의 가격도 되지 않는다니 실로 만족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정확한 판단은 맛을 본 다음에 해야겠지만.

잔에 따른 술은 단감과 비슷한 연한 주황빛을 선보인다. 사진에선 조명 때문인지 레몬빛에 가깝게 나왔으나, 실제로는 단감색에 조금 더 가깝다. 겉보기엔 고요해서 탄산이 없는 술인 줄 알았는데, 잔에 따르고 보니 촘촘한 기포들이 송골송골 맺혀 탄산기를 나타내고 있었다.


코를 가져다 대면 정말 연한 단감과 사과향이 은은하게 코 끝을 간지럽힌다. 사과향에 비해선 단감향이 약간 더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사과향이 가진 약간의 산미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감식초가 떠올랐다.


낮은 도수답게 알코올의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향이 너무 옅어 기대보다 단감의 풍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쉬움이 따랐다.


이어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으니 미세한 탄산과 함께 달달한 술이 입 안을 채워간다. 향과 마찬가지로 알코올의 향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단감과 홍시 사이에 있는 달짝지근함이 혀 전체를 감싸준다.

술은 약간의 산미와 설탕을 녹인듯한 단 맛, 미세한 탄산감과 과실의 풍미로 이루어져 있다. 탄산감 자체는 굉장히 약한 편이기에 목을 탁 치는 시원함을 기대한 사람에겐 아쉬울 수 있겠으나, 이 때문에 목 넘김이 상당히 부드러워 누구나 편하게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구멍을 넘어간 후에는 사과향과 함께 특유의 잔당감을 혀에 남겨 놓고 사라진다. 마무리가 화이트 와인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조금의 플로럴한 향미도 가지고 있고, 가볍게 들어와서 가볍게 날아간다. 


개인적으론 조금 묘한 술이라고 느껴졌다. 먼저 술의 이름이 호감이지만, 단감의 풍미는 강하다고 느끼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향미가 자체가 연한 편이어서 사과와 섞인 단감의 멋매는 더욱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술이 절대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옅은 향미들 중 달콤한 맛을 중심으로 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곱게 끝나는 여운은 과실의 향과 합쳐져 인상적인 마무리를 지어주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과와 단감의 향을 첨가한 화이트 와인 같은 과실주이다. 가벼운 바디감에 부드러운 단 맛으로 이어지는 풍미를 가져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여겨진다. 단감의 맛매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더욱 특색 있는 매력을 가졌을 듯한데, 가격을 생각해 보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술이 달기 때문에 무거운 안주와 즐기기보다는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치즈와 먹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고, 카나페와도 잘 어울릴 듯하다.


'호감', 옅은 맛과 향이 아쉽긴 했으나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친구보다는 연인이나 썸 타는 사람과 함께 마시기 적합한 술이다. 마침 술 이름도 '호감'이니, 서로의 호감을 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상이한데, 안타깝게도 온라인상에선 대부분 묶음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니 한 번에 여러 병을 구매할 용기가 없다면 CU를 방문하도록 하자.


호랑이가 좋아하는 '호감'의 주간평가는 3.7/5.0이다. 표정은 퉁명스러워도 맛은 고급스럽더라.


         주간일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평가임을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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