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라별 도라지꽃
시골길을 걷거나 도시의 골목길을 걸을 때 만나는 보라색 별꽃을 만나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선명한 별모양 꽃의 맑은 자태에 살짝 입가에 웃음을 흘리게 한다.
꽃으로 보아도 그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감기에 걸려 기침이 멈추지 않을 때 흔히 찾아서 마시는 도라지즙, 꽃과 즙이라니 잘 연결이 안 되겠지만 보라별 도라지꽃의 뿌리로 즙을 만들어 마시고 있다.
몇 번의 발걸음을 잡은 도라지꽃을 못 잊어서 도라지 씨앗을 사서 옥상텃밭에 뿌렸다. 씨앗을 뿌린 만큼 싹도 잘 틔워서 키우면 그 자리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나서 더 많은 꽃을 피운다.
도라지꽃은 꽃봉오리부터 신비롭다. 어떻게 바람을 모았는지 작은 봉오리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빵빵하다. 아직 나갈 준비가 안 끝났다며 꼭꼭 감싸고 있는 꽃봉오리! 무대를 준비하는 공연팀이 커튼을 치고 분주히 준비하듯 봉오리들은 문 꼭꼭 닫고 세상에 내보일 꽃단장을 마무리 중인 것 같다.
준비가 다 되어 보라별로 파란 하늘을 마주하는 순간, 도라지꽃은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밤이면 하늘에 출연한 별들을 마주할 수 있으니! 도라지꽃의 통꽃잎 안쪽을 들여다보면 한 번 더 철저히 준비하고 나왔다는 걸 알게 된다. 다섯 갈래 꽃잎에 겨울나무가 몇 그루가 있는 거야? 참으로 정교한 잎맥 무늬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도라지꽃과 우린 똑같은 우주의 구성 성분으로 이루어졌다. 도라지꽃은 흙에 뿌리를 박고 줄기로 지구 위에 서서 예쁜 꽃을 피우고, 나는 훨씬 크고 단단한 뼈가 있어서 지구 위를 서서 다닐 수가 있다.
지금 옥상텃밭의 도라지는 작년 가을에 씨앗 뿌린 것과 올해 봄에 씨앗을 뿌려 자란 것이다. 앞으로 2년 정도는 더 키운 뒤에 뿌리를 캐서 나물을 해 먹어야겠다.
보라별 도라지꽃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이다. 사랑이 얼마나 잘 변하면 ‘변치 않는 사랑’을 갈구했을까! 도라지타령의 심신산천의 백도라지처럼 고고하게 피어서 나를 향한 변치않는 사랑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에헤야, 네가 내 간장을 스리 살살 다 녹인다”
노래 마지막처럼 내 간장을 살살 녹이더라도 변치는 말아 달라는 염원 가득한 노래로 들린다.
도라지 도라지 도라지 강원도 금강산 백도라지/도라지 캐는 아가씨들 손 맵씨도 멋들어졌네/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어이여라 난다 지화자자 좋다/저기 저 산 밑에 도라지가 한들한들(도라지 타령 2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