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6
컴컴한 지하실 안으로 내려가던 중, 지우는 발을 그만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런 소란스러운 광경과 대조적으로 지하실 구석에 충전 중이던 엘레나는 푸르른 불을 번쩍이며 평온한 모습이다.
지우는 왼쪽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지도 모른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일어났다.
커질 대로 커진 지우의 동공이 떨리고 있다.
지우는 사람의 굳은 의지가 고통을 잊게 하는 진통제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다리를 질질 끌며 엘레나로 향했다.
곧 지우의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은 알고 있으나 멋대로 움직이는 검지손가락이 엘레나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지우의 왼쪽다리가 엘레나의 품 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이제 됐어. 휴우."
지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엘레나! 일어나! 전투모드로 빨리!"
"네. 지우 님. SANTA-01 엘레나 전투모드 시작합니다."
심장 박동소리 같은 기계음과 함께 지우와 엘레나는 이제 처음으로 크리쳐를 상대할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이 일이 있기 전 바로 십분 전으로 되돌아간듯 갑자기 고요했다.
공기 중에 날카로운 신경을 거스르는 소리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어떤 눈을 피곤하게 하는 붉은 끼도,
어떤 예기치 못한 불청객인 쿰쿰한 시체냄새도,
어떤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저릿한 느낌도
없다.
그래, 불길하게, 재수 없게 평화롭다.
"쿵!!... 그리고 잠시 또 쿵!!"
지우의 방어막이자, 크리쳐의 방해물이었던 유리창의 유리가 힘없이 자기의 생을 다한 듯 주저앉아버렸다.
와르르르르.
폭포수 같이 떨어진 유리파편들 사이로
제멋대로 생겨먹은 크리쳐가 지우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크리처의 본능적인 사냥감각은 그를 벌써 지하실로 안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