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나서)
내 최애 픽사 영화 중 하나인 '인사이드아웃 2'가 개봉했다. 만삭의 몸이지만 워낙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감정은 세분화되고, 시즌1에서 5개로 표현되었던 감정들 외에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사춘기 여고생의 감정변화를 이리도 기가 막히게 표현하다니. 단순한 애니메이션 같지만 볼 때마다 늘 철학적 베이스를 담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중고등학교 때 내 모습도 많이 떠올랐다. 잘 나가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가족보다는 친구관계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던 시기, 나의 언행으로 친구관계가 어긋날까 하는 두려움, 내면의 진짜 나보다 보이는 내가 중요한 순간들, 부모님도 나를 인정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 등등. 정도와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감정의 과도기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지질한 흑역사지만, 결국 이러한 시기를 거쳐 지금의 단단한 자아가 형성된 게 아닐까? 그리고 곧 부모가 될 사람으로서,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춘기를 겪을 내 자녀가 이런 시기를 지날 때 어떤 마음으로 자식의 감정을 보듬어 주어야 할지 잠시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특히나 오만가지 시나리오를 그리는 ‘불안이’를 보며 흡사 나를 캐릭터화 한 기분이 들었다. 출산을 앞두고 매일 자기 전마다 별의별 시나리오들을 떠올리며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잠든다. 기쁨이(joy) 기질을 지니고 있는 오빠는 그러지 말라고 옆에서 늘 다독여 주지만, 타인의 말에 의해 쉽게 통제되지 않는 게 불안이의 특성이다. 결국 내가 나를 다스려야 한다.
꼭 사춘기 소녀가 아니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마음속에는 불안(anxiety)의 감정을 크던 작던 쥐고 있다. 불안을 뿌리째 뽑을 수는 없겠지만, 과해지면 내 마음만 타들어 갈 뿐 바뀌는 건 없다. 그저 현재에 집중하며 내 안에 긍정적 사고가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변사람들(가족, 친구, 동료들)을 통해 쌓아 온 따뜻한 장기기억들을 믿어보자. 그것이 내 속의 불안이 소용돌이처럼 커지지 않게 잠재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