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소생술사

(에피소드 1)

by Elara

“엄마! 나 심심해. 뭐하고 놀까?”

“엄마는 좀 쉬고 싶은데......!”

그렇다. 주말에 잠시라도 내 시간을 가지면서 쉬고 싶은 나는 워킹맘이다.

나에게는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는 초3 외동딸이 있다. 혼자 잘 놀다가도 “엄마!”하고 부를 때면 나는 ‘올 것이 왔구나.’하며 나의 시간은 잠시 접어둔다.

‘위대한 육아는 부모가 귀찮음을 얼마나 이겨내는냐이다. 놀아 줄 수 있을 때 놀아주자.’ 하는 심정으로 몸을 일으켜보지만,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몸이 무겁다.

“오늘은 뚜띠 놀이 안하면 안될까?” 나는 간절한 눈빛을 딸에게 보낸다.

뚜띠 놀이란 여러 인형들 사이에 앉아 ‘뚜띠’라는 이름의 학생이 되어 선생님이 된 딸의 가르침을 받는 놀이이다.

“안돼! 저기 짱구 옆에 앉아!”

이 놀이는 10~20분 정도는 참을 만 하다. 그 이상이 되면 나는 어떻게든 빠져나올 궁리를 한다.

“우리 끝말잇기 할래?” 뚜띠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탓이였는지 아이는 나의 꼬임에 넘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끝말잇기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 “장구”, “구미”

‘으흐흐, 오늘은 내가 끝내주겠어! 끝말잇기 한방단어 공격!’

“미쁨”

“미쁨? 이거 무효야! 미쁨이란 말은 없어.”

“미쁨이라는 말 있어! 국어사전 찾아봐”

“쁨.....”

으하하! 드디어 내가 이겼다!

“엄마! 미쁨이 뭐야?”

‘미쁨’은 믿음직하게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이다.

“사람들이 잘 쓰지 않아서 네가 잘 들어보질 못했을거야”

“미쁨...예쁜 말인데....”

“또 사라지는 말 뭐가 있어?”

“음.. 뭐가 있을까? 동무라는 말도 있어”

“어깨동무의 동무?”

“맞아! 동무라는 말은 친구를 뜻해.”

잠시 생각에 잠긴 아이의 표정이 복잡해보였다.

“엄마, 단어는 어떻게 살릴 수 있어?”

“단어를 살린다고? 하하하.”

“사람도 심폐소생술로 살리잖아. 우리가 단어를 살려주자!”

단어를 생명으로 여기고, 단어에 숨을 불어 넣어 주자는 딸의 참신한 생각에 나도 모르게 볼웃음이 났다.

“그럼, 우리가 제1호 단어소생술사가 되어보자!”

이렇게 탄생한 제1호 단어소생술사의 눈빛은 결의로 가득 찼다.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딸아이는 사전을 펴고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사랑옵다’, ‘잔나비’, ‘하고 잡이’, ‘할금할금’, ‘애살’ 등등... 사라지고 있는 단어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찾은 단어의 뜻을 적은 예쁜 단어 카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했다. 형형색색으로 단어를 적어 꾸미고, 단어의 뜻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렸다.

마치 단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단어의 생명력이 느껴졌다.

앞으로 제1호 단어소생술사의 활약은 쭉 계속될 것이다. 사라져 가는 단어들이 마법처럼 살아나 널리 쓰이길 바라본다.


-에필로그-

누구에게나 믿음직스럽고 진실함이 느껴지는 미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를 미쁘게 느낄 수도 있고, 부모님 또는 배우자를 미쁜 존재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너에게 미쁜 사람은 누구냐고...

아이는 고민하지 않고 ‘엄마’라고 대답했다.

‘딸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구나. 누군가에게 미쁜 사람이 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거든. 그런데 너도 나에게 미쁨이야~ 서로에게 미쁨이가 되어주는 우리라서 참 좋다. 사랑해.’

(딸이 저에게도 미쁨이가 된 사연이 궁금하시죠?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