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명상/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페르난도 페소아

by 이강선



읽어도 읽어도 좋은 시가 있습니다. 그것은 매번 일깨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혹은 매번 상황은 달라도 내가 필요로 진실을 담고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이미 익숙할 때는 내가 하고 있는 일,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의 의의를 새롭게 깨우치도록 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뭐든 실천할수록 강화한다는 말이 있지요. 읽어도 읽어도 좋은 시는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충격으로 와닿고 다음에는 진실임을 깨닫도록 하고 그런 다음에는 목표를 새로이 하거나 혹은 강화하거나 하는 그런 역할을 해줍니다.


그렇기에 그런 시는 사람마다 달리 다가갑니다. 달리 말해 사람마다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혹은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목표에 따라 인상적인 구절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해석이 혹은 누군가의 생각 이끌어냄이 다르다 할지라도 나의 느낌이 다르다고 해서 저어할 필요는 없는 거지요. 물론 한 구절 한 구절 차분히 알아차리면서 읽어가면 그 농도는 그저 읽을 때와는 다르지요.


우리가 무언가를 읽거나 만나거나 할 때 그 이해의 정도는 나의 의식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인다는 것은 의식의 성숙에 따라 달라지지요. 그건 나이 순이 아닙니다. 그것은 체험의 농도이고 부단한 추구의 농도이기도 합니다.


체험은 경험과는 다릅니다. 경험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깨닫는 것은 아닙니다. 체험은 온 마음으로 온몸으로 겪어내는 것으로 몸마음이 함께 하는 것, 진실의 체험이 많을수록 의식은 성숙합니다.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사물들의 경이로운 진실,

그것이 내가 날마다 발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것이다.

이 사실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나는 적지 않은 시를 썼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이 쓸 것이다.

내가 쓴 모든 시가 그 한 가지를 말하지만

각각의 시마다 다르다.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말하기에.


가끔 나는 돌 하나를 바라본다.

돌이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지는 않는다.

돌을 나의 누이라고 부르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나는 그것이 하나의 돌로 존재해서 기쁘다.

그것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것이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어서 좋다.


때로는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느낀다, 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마음챙김의 시 122-3 류시화 엮음


오늘 이 시를 읽다가 제가 붙들린 구절은 돌과 연관된 연입니다. 시인은 돌이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하나의 돌로 존재해서 기쁘다고 합니다. 돌은 돌입니다. 돌은 돌로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그 나름대로의 존재 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돌이 어느 날 꽃처럼 혹은 사람처럼 존재한다면 우리에게는 얼마나 큰 혼란이 일까요.



돌을 나의 누이라고 부르며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대신 나는 그것이 하나의 돌로 존재해서 기쁘다.

그것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것이 나와 아무 관계도 아니어서 좋다.


화자는 사물들이 그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큰 경이라고 썼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돌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경이로운 것입니다. 무언가 큰 격동을 겪었을 때 사물이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 큰 위안이 되는 것처럼 돌은 돌로서의 방식을 가졌기에 그렇기에 아름답고 그렇기에 경이롭습니다. 사실 우리는 날마다 그 사실을, 그 진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찾아낸 경이는 박태기나무 잎사귀입니다. 박태기는 이른 봄에 짙은 분홍 꽃을 피웁니다. 그 꽃은 아주 작지요. 하지만 잎사귀는 얼마나 큰지요. 잎맥과 푸름과, 그리고 형태, 심장을 닮은 모습. 그것은 이 잎사귀가 박태기이기 때문입니다. 박태기이기에 완벽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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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박태기 잎사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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