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아홉 번째.
어제는 눈을 뜨니 너무 늦잠을 잔 거야.
세수하는데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전날 밤, 빨려고 세탁기에 넣어둔 옷을 도로 꺼내 입고는 허겁지겁 집을 나섰어. 시계를 보니 전철역까지 뛰어가면 지각은 면할 것 같았지. 열심히 뛰었어. 전철역에 도착하자마자 코 앞에서 전철 문이 닫혀버렸다.
집은 홍대. 회사는 구로. 이번에 도착하는 열차는 신도림행이래. 그다음 열차를 타야 하니 100% 지각인 거지. 그때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머리도 감고, 왁스도 바르고, 깨끗이 빨아놓은 옷이라도 입고 올걸 그랬어. 오늘은 일진이 별로겠구나 생각했다. 어제 입었던 옷에서 괜히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가만 보니 점심때 먹었던 음식물도 묻어있어. 게다가 감지 않은 머리에 모자까지 눌러썼으니 거지꼴이 따로 없는 거야.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직원들이 외박했냐 물어본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니 너무 늦잠을 잔 거야.
하지만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건조대에 널어놓은 뽀송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섰어. 시계를 보니 이미 지각인 거야. 어차피 늦은 거 그냥 느긋하게 걸었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면서 말이야. 전철역에 도착하니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런 기막힌 타이밍이 있나!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전철 문이 열렸다.
구로역에서 내려 점심때 먹을 김밥을 사러 갔어. 하나에 1500원. 김밥 아줌마가 행운의 당첨이라며 마지막 하나 남은 김밥을 1000원에 준대. 오늘은 일진이 좋겠구나 생각했다. 새로 꺼내 입은 옷에서는 은은한 섬유 유연제향이 났다. 회사에 도착하니 오늘은 사장이 오후에 출근한대.
-오래전 출근길에 기록해둔.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아홉 번째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