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승빈 Jan 18. 2021

그 남자 그 여자의 소개팅

1월 18일. 열여덟 번째.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몇 년간 여자 친구가 없었고, 가끔 연락이 될 때마다 소개를 해달라며 졸랐다.

한 여자 후배가 있었다.

이 후배 또한 몇 년간 남자 친구가 없었고, 나는 그 친구와 이 후배를 소개해주기로 했다. 


그 친구는 소개받을 여자가 무슨 일을 하고 키는 얼마이고 나이는 몇 살이며 예쁜지, 성격은 어떤지를 물었다. 그 후배는 소개받을 남자가 무슨 일을 하고 키는 얼마이고 나이는 몇 살이며 잘생겼는지, 성격은 어떤지를 물었다. 나는 서로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키는 얼마이고 나이는 몇 살이며, 외모와 성격은 어떤지 말해주었다. 


소개의 사전적 의미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그중 두 가지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양편이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 준다는 뜻과 모르는 사실이나 내용을 잘 알도록 해주는 설명이라는 뜻이 있다.

이 두 사람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고 작별인사를 나누었지만, 그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영원한 타인의 존재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나는 사전적 의미에서 서로 알고 지내도록 관계를 맺어주는 소개를 해주고 싶었으나 결국엔 서로에 대해 설명만 해준 꼴이 되었다. 만나기도 전에 이미 상대방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하나 혹은 그 이상에서 자신이 정해 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의 기대감은 특정한 하나에 실망을 하면 때때로  그 이상의 다른 장점은 묻혀버린다.


그 친구는 여전히 내게 여자를 소개해달라 조르고, 그 후배는 더 이상 내게 남자를 소개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루 한 장의 드로잉, 하나의 단상.

1장 1단. 열여덟 번째 단상.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는 내게 미안하단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