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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귀가 될 수 있다면

잠결에 쓴 일기

by 이매송이

나는 듣는 일을 잘 못 한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할 말은 많으니, 속도도 빠르다. 스물 넷에 알바 했었던 곳에서 친한 오빠가 이런 말을 했다. ‘넌 듣는 순간에도 머릿 속에서 네가 할 말을 생각 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때 이후로 제법 많은 것이 변했다.

또 한번은 관계의 속도에 관한 것이다. 내 인상이 쎈 편이라 누가 먼저 다가 온 적이 드물다. 그래서 먼저 인사하고, 대화를 시작하는 법이 잦았다. 능동적 움직임이 더 힘들다고 착각 했기에, 멀어진 인연을 원망하던 시절이 있었다.

마지막은 감각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때 부터 한 번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다. 얘들 들면 버스 안에서 친구와 대화를 하는 과정 속에서도 타인의 말이 들린다. 분명 집중하고 있는 데에도 여러 소리들이 내 귀로 들어 온다. 더불어 여러 향이나 움직임들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다 자는데, 도로의 미세한 홈으로 집 근처에 도착 했음을 알고 깬다.

첫 문단과 둘째 문단은 살면서 그리 유쾌하지 방식으로 인식 하게 되었고, 아직도 노력 중이다. 마지막 내용은 억울함을 호소 하고 싶다

예컨대 상대에게 100퍼센트 집중 하지만, 나머지 9 (앞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9명) 또한 100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산수로 불가능 하지만 모두에게 주어진 100이 때로는 200 클 때는 1,000 이상을 넘는다. 이 수많는 버튼들을 한번에 켜지지 않고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매주 마다 가는 병원에서 처방 받는 약이다.

그러나 이런 마음이 있다. 남이 하나를 할 때 그것만 생각 할 수 있다면, 나는 여러 가지를 함께 떠올릴 수 있어서 일터에서의 효율이 정말 높다. 이건 살아 오면서 겪은 완벽에 가까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타인이 보았을 때는 한 번에 하나만 하지 않아서 실수가 그만큼 잦다고 지적 한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굳이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진다면 내가 어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약을 통해서 다양한 스위치를 끄는 게 아니고 최대한 내 지식과 감각을 끌어 내어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다.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해시키기 어려운 거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주위에 그렇게 많지 않다면 특히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나의 모습임을 알아냈고 이해 했으며 인정하고 사람들에게 공개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시 읽어 보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적 가성비를 적용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결국 또 내 반성이다.)




일기 끝. 잠결에 적은 거라서 내일 일어나서 삭제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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