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아닌, 나는 굴로

혼자가 편한 두더지족의 이야기

by 나몽


우리 두더지족에게 영역은 곧 정체성이다.

단독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굴은 단순히 잠을 자고 먹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표현할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오늘의굴 집들이 게시물에는 항상 이목이 집중된다. 요즘 핫한 트렌드는 흙백요리사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멋진 주방과 하얀색 흙벽 그리고 발광 이끼 조명이다.


사실 우리 종족은 고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의 40%가 단독가구인 이유는, 바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다.

정신없이 굴을 파다 보면, 앞과 옆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의 앞발 또한 너무 강해서, 서로의 길이 겹치면 자칫 서로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거리를 둔다. 외롭지만, 적어도 다치지는 않기에.


그럼에도 언젠가는 더 많은 두더지들이 서로의 속도를 맞춰서 함께 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그때까지 우리는 오늘처럼 굴 속에서 나를 알아가며,

혼자이기에 더 단단해진 하루들을 보낸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