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불안해지는 두더지족
그렇게 우리 두더지 사회는 햇빛을 더 많이 보게 되었고, 정부차원에서 추가로 보급된 햇살캡슐과 젤리는 두더지들의 평균 비타민D 수치를 올려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건강해진 우리는 더 바빠졌다.
우리 두더지족은 늘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하는 종족이다. 하루에 무려 몸무게의 절반에 달하는 양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우리는, 거의 항상 결핍되어있다. 또는 그렇게 믿고 있다.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부족하게 느껴져서, 우리의 앞발은 쉬지않고 움직인다. 굴을 파고 또 판다. 끝이 보이지 않는 굴을 하루에도 수십미터씩 판다. 마치 숨을 고르는 법을 아예 잊어버린 것처럼. 혹시 나의 에너지가 부족해지진 않을까. 아니, 사실 내가 부족해지진 않을까. 라는 생각이 우리의 앞발을 쉬지 않게 만든다.
우리의 앞발은 단단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마음에도 햇빛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