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질 뻔했던 이야기
땅굴 보수 공사로 인해 미뤄질 뻔했던 대책회의는
다행히도 공사 시간이 조정되면서
이번 주에 간신히 열렸다.
두정부의 비상대책회의는 늘 그렇듯, 지하에서 열렸다.
주요 안건은 단순했다.
두더지족의 평균 비타민D 수치를 높이는 것.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출퇴근 굴을 지상화합시다.”
“출퇴근 시간에 지상은 다른 동물들로 길이 너무 붐벼요. 길도 낯설고요.”
“그렇다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낮에 야외활동을 늘리는 건 어때요?”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야지 우리가 먹는 만큼 벌 수 있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면, 우리는 건강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햇빛이 좋은 날에는 지상에서 일을 하죠!”
“우리의 책상과 의자를 전부 들고나가야 하는데요?”
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이면서 회의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러다 밤에 예정된 땅굴 보수 공사 시간이 다가오자 결정은 서둘러 내려졌다.
회의 후 1주일.
정부차원에서 햇살캡슐과 비타민D젤리 지원금이 대폭 상향되었다.
햇빛 쬐기 캠페인 또한 시작되었으며, 정오가 되면 많은 두더지들이 잠시 거리에 나와서 가만히 눈을 감고 따뜻한 햇빛을 쬐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안내문이 땅굴 곳곳에 붙여졌다.
“앞으로 지어지는 모든 두더지굴은, 창문을 남향으로 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