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내 여행 생활

by 아츠브로

그 게스트하우스의 명물은 난로였다. 세로로 긴 난로가 아니라 가로로 넓은 난로였는데 거기 손을 올려놓으면 순진한 아이들처럼 공손해졌다. 남녀노소 국적과 상관없이 거기 앉아있다 보면 세계평화라는 것이 이렇게 단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잃어버린 샹그릴라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낮 동안 밖으로 나돌았지만 지구상 어딘가 샹그릴라가 있다면 그건 분명 그 난로 앞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앞에서 따듯한 김처럼 피어오르는 이야기꽃이 나는 좋았다.


“건조하지 않아요?”

“건조해요.”

사장님께 내가 대답했다. 나는 입술이 다 부러 터 있었다.

“2년 전 오늘 샹그릴라에 불이 났어요. 건조해서 도시가 잘 탔죠. 샹그릴라엔 저장된 물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리에서 소방차가 올라왔죠. 6시간 정도 걸렸을 거예요. 근데 왜 리장에서는 올라오지 않았을까요. 거기가 더 가까운데.”

샹그릴라의 화재에 대해선 음모론이 좀 있었다. 고성을 다시 꾸미는 중인데 유독 누군가에게만 이익이 크게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사장님, 체게바라 좋아하세요?”

사장님의 명함을 보고 내가 한 말이다. 명함에는 체게바라의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

“아니요. 혁명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럴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단지 여행입니다. 그도 여행을 통해 인생을 바꾼 인물 아닌가요? 그것 때문에 라사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무슨 내용이었는데요?”

“혁명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더군요.”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대요?”

“우연히 제 명함을 봤나 봐요. 관심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 했죠.”

나는 그날 낮에 보고 온 송찬림사에 대한 실망을 표현했다. 너무나 인위적이어서 라다크에서 보았던 티베트 사원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고.

“옛날 건물 그대로를 살려두면 좋았을 텐데 새 건물이라 그럴 거예요. 원래의 절은 지금보다 훨씬 작았어요. 승려들 대부분은 전통 있는 절을 부수고 새 건물을 올리는 것에 반대했죠.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달랐어요. 그들은 백년 후를 본 거죠. 지금 허물고 100년이 지나면 더 멋진 문화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들은 옛날 거 보존하기보다 새로 짓는 걸 더 좋아해요.”


처음부터 게스트 하우스가 잘 된 것은 아니었다. 1년을 운영했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평은 7개 밖에 달리지 않았다. 어느 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사장님은 예약 손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 불편할 것이다. 환불을 해주겠다.”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괜찮다.”

약속한 날 외국인 몇 명이 찾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물이 부족해서 화장실에 쓸 물이 없었다.

한 남자가 사장님께 큰 대야가 없냐고 물었다.

“밖에 눈이 많은 데 그걸 녹이면 되겠는데요.”

외국인들이 합심해서 눈을 녹여 물을 만들었다. 한 통을 녹이면 그것의 반의 반도 안 되게 물이 되었다. 그래도 그들은 열심히 물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생각했던 샹그릴라는 이런 거예요.”

미안해하는 사장님에게 외국인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외국인들이 떠난 후 인터넷에 좋은 평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들일 거라고 했다. 여행자들이 몰려왔고 지금은 한국인이 운영하지만 외국인들에게도 꽤 유명한 게스트하우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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