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록

내 여행 생활

by 아츠브로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났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그 친구가 갑자기 재밌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넌 분명 내가 하는 말을 받아 적을 거야.”

그다음 그가 한 말은 이런 거였다.

“여행이란 자신이 살아야 할 곳에 태어나지 못한 사람이 자기 살 곳을 찾아 떠나는 과정이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여행어록을 만드는 것이 나의 취미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말의 출처는 찾지 못했다. 잡지에서 우연히 보았다고 친구가 말했다.

내가 수집해둔 여행어록을 몇 개 소개하자면 이렇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 떨릴 때 가는 것이다.’

일 년에 두 번, 때가 되면 떠나는 오십 대 여행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철학자인 강신주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남겼다.

‘진짜 여행을 많이 다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사는 게 똑같다는 것을 알아요.’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해 가는 길이다.’

이것은 유럽 여행을 마치고 이스탄불에서 아시아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빌 브라이슨의 말씀이다.


‘거지처럼 여행하면 거지를 만나고 왕처럼 여행하면 왕후를 만난다.’

이 말씀은 내 지난 여행을 후회하게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나의 여행은 거지를 만나기에 딱 좋은 여행들이었다. 내가 후회의 말들을 늘어놓자 친구는 이렇게 대꾸했다.

“늙어서는 왕처럼 여행해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

언젠가 필리핀으로 떠나기 전 나를 공항까지 태워주면서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고행이 아니라 여행을 할 차례야.


마르틴 부버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괴테가 남긴 말에는 이런 게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한 명의 여행하는 사람이다. 한 개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인들 그 이상이겠는가.’

어떤 여행지에선 내가 어록을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을 여행할 줄 모른다.’

그래서 주말이면 차가 막힌다.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의 집 앞을 여행 중인지도 모른다.

열 시간 이상 날아가야 하는 비행기도 매진일 때가 많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탄생한 배경을 살펴보면 그렇게라도 떠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어 ‘travel'은 프랑스어 ’travail'에서 유래한 것인데 고생을 뜻하는 말이다.

여행어록은 여행을 반성하게도 했고 새롭게 정의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서 다음에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누군가 어디가 가장 좋았어, 하고 물으면 나는 늘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을 꼽았다. 그러다 보니 다음 여행은 더 좋을 것 같아 즐겁게 기다릴 수 있었다.


‘여행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다’

서둘러 여행을 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이 말씀을 되새긴다. 한때 발견이 아니라 확인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의 그것이 정말 거기 있는지 그런 것에 집착했다. 그런 사진 속의 풍경을 더 많이 확인하려고 노력했다. 전리품을 챙기려는 전쟁터의 병사들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사실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왔던 적이 많다.


여행은 세 번 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한 번, 여행하면서 한번, 여행을 정리하면서 또 한 번. 하지만 나의 여행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계속된다. 여행어록을 살피다 보면 잊고 있었던 여행의 추억이 함께 떠오른다. 그때마다 나는 네 번이고 다섯 번이고 다시 그곳을 여행한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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