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 생활
너는 다이어리를 여기저기 넘겨보고 있었어.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읽어야할 부분을 찾지 못했지. 그래서 내가 읽었고 다음엔 수민이가 읽었고 그렇게 다시 네 차례가 되었는데도 너는 아직 어디를 읽을까 정하지 못하고 있었어. 네가 주섬주섬 읽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수민이는 네 차례도 내 차례도 빼앗고 싶어 했어. 몇 번 그렇게 했지. 바라나시에서 마날리까지 여행을 함께 한 여자 친구 이야기였어. 들떠 있었고 신나 있었고 더 읽고 싶어 했지. 내가 네 다이어리 속으로 눈빛을 넣었을 때 너는 우리에게 고백했어.
“사실, 제가 좋아했던 감정들을 적은 거라서 읽기가 좀 뭐하네요.”
너는 네 다이어리를 읽는 대신 우리에게 이야기했지. 공항에서 만난 남자들이랑 델리를 거쳐 마날리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고. 그중의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지금은 각자의 여행지로 흩어졌다고. 네 이야기를 듣고 내가 물었지.
“외국인에 하시시를 좋아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는 그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불가능했는데 여기선 가능하네요.”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사랑이 가능해요?”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 사람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제게 자기 다이어리를 읽어 주었어요. 읽으면서 설명도 해주었죠. 그중에 웃긴 게 많았어요. 그 사람의 제스처도 웃겼지만 자다가 개 짖는 소리가 나서 그쪽을 쳐다보면 함께 잠을 자던 친구의 방귀 뀌는 소리였다더군요.”
그러고 너는 마침내 다이어리의 한 부분을 읽었지. 인도에 내린 그 밤 아주 무서웠다고 말이야. 너는 아직도 여행 중인지 문득 궁금해지는 밤이야. 그날 우리가 서로에게 읽어 주기 위해 서로의 다이어리를 펼쳐 든 것이 내게는 무척 신기한 일로 여겨져. 그리고 무척 따뜻한 일로. 다시는 없을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