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석과 보은, 그리고 신뢰의 붕괴
❚ 시민이 묻는다. 자리는 비어 있어도 책임은 비어 있어도 되는가
2025년 상반기,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은 개방형 임기직 경영본부장에 대해 두 차례(1월 3일, 4월 4일) 채용 공고를 냈지만, 모두 최종합격자를 내지 못한 채 공석으로 남았다. 공식 채용 이후 수개월째 별다른 진행도 없는 이 상황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반복되는 '인사 공백의 구조'를 의심하게 만든다. 성남시의 여러 출연기관에서 유사한 채용 실패와 보직 미지정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이 자리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거나 고난도 보직이었던 것일까?
오히려 문제는 채용 자체가 아니라 ‘선별적 인사’라는 구조에 있다. 성남시청소년청년재단은 이재명 전 시장 재임 시절부터 이어져 온 청소년·청년정책의 중추 기관으로, 청년참여와 지역 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려는 정책적 연속성을 지닌 곳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현재 성남시가 이 기관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저평가하거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인사 우선순위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다른 기관에서 발생한 유사 사례들로 뒷받침된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는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임이사가 임용되어 파장이 일었고(분당신문, 2025.5.12), 성남시의료원에서는 '셀프채용'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편, 성남 FC 관련 보도에서는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이 채용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마인들뉴스, 2024.11.30). 이는 공공기관 채용과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 시민이 품는 불신이 결코 과도한 우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남시 내부 공직사회에서도 확인된다. 최근의 인사 이동은 단기간에 이뤄진 보직 변경, 불투명한 승진 및 공로연수 기준 등으로 구성원들에게 ‘줄 세우기’ 인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시장 말을 잘 듣는 후배는 국장으로 승진하고, 성실한 선배는 퇴직 대기를 통보받는다”는 공무원들의 내부 제보는 충격적이다(수도권일보, 2025.6.15). 실제로 한 구청장이 공로연수 연기 원칙을 어기며 재직 중인 사례도 있었고, 이처럼 기강 없는 인사가 연속되자 3,300여 명에 달하는 성남시 공무원들은 행정 기조 전환에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과연 성남시 인사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변화와 혁신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검증 없는 정치적 보은 인사나 공석 방치가 반복되고 있다. 시민은 줄곧 '전문성과 공정성'을 요구해왔으나, 인사의 현실은 정치적 기류에 따라 좌우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청년 정책’이라는 미래 가치를 실행하는 핵심 기관마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는 사실은 행정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다.
이제 성남시가 회복해야 할 것은 ‘보직’이 아니라 ‘신뢰’이다. 산하기관 관리자 자리를 수개월씩 공석으로 두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는 조직 운영 능력의 부재이자 시정 철학의 실종이다. 대안은 분명하다. 첫째, 출연기관 보직 관리 기준과 절차를 전면 공개하고, 둘째, 블라인드 평가와 시민 추천 평가단을 통해 공공기관의 인사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시정 방침과 다른 기관이라 해도 전문성과 비전이 충돌하지 않는 한 제도적 연속성은 유지돼야 하며, 특정 정치세력과의 연계만으로 우선순위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지방공공기관 인사청문회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단체장의 일방적 판단이 아닌, 시민과 의회의 검증을 통해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결국 시정의 품격은 단체장의 메시지보다 인사의 진정성에서 드러난다.
성남시는 ‘청년의 희망’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채워지지 않는 보직과 반복되는 무관심 속에서, ‘가능성 실현’이라는 구호는 공허하게 들린다. 다시 묻는다. 자리는 비어 있어도, 책임은 비어 있어도 되는가?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는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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