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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앞에 선 검찰

개혁인가 해체인가, 대한민국 검찰의 분기점

2025년 6월, 국정기획위원회는 검찰청의 업무보고를 단 30분 만에 중단시켰다. 새 정부의 핵심 과제였던 '검찰개혁'을 누락한 채, 오히려 수사 역량 강화 중심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 그 이유였다. 이는 단순한 실무적 누락이 아니라, 제도와 감수성 양면에서 개혁 의지를 거부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은 "검찰주의 탈피"라는 국민적 정서와 맞물렸고, 정권 교체의 민심은 검찰에 대한 구조적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황제조사'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에서 드러난 부실 대응, 증거 확보 회피 정황 등은 기존의 '선택적 수사'와 '정치적 기소' 의혹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누적되어 왔다. 야당 대표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대통령 부인은 단 한 차례의 소환 없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대조적 장면은 국민에게 명백한 이중잣대로 인식되었다.


탄핵 이후 내란죄로 기소되었을 때 검찰이 공소를 포기함으로써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다시 불붙었다. 이러한 수사의 비대칭성과 불공정성은 검찰을 단순한 수사기관이 아닌, 정치에 깊이 개입하는 권력기관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 사이의 권력 유착이라는 구조적 의혹은 더욱 깊어졌다. 국민 정서와 괴리된 검찰권의 행사 방식은 '검찰 권한의 축소와 분산'이라는 제도적 요구로 이어졌고, 이는 단지 법률 개정 차원이 아닌, 헌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명시했고, 국정기획위원회에 합류한 임은정 검사는 "검찰은 감당할 수 없는 권력을 내려놓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권한과 의무만을 부담해야 한다"며 강한 개혁 의지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 폐지, 기소 전담의 '공소청' 신설, 수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이관, 그리고 '국가수사위원회'를 통한 갈등 조정 등 구체적인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조직을 분할하거나 권한을 나누는 것이 곧 개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로이 구성될 수사·기소 기관이 기존 검찰 출신 인사에 의해 운영된다면, 조직의 문화와 관행은 이름만 바뀐 채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효성 있는 개혁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의 투명성, 권한 배분의 민주성, 감시체계의 독립성이 필수 조건이다. 특히 '국가수사위원회' 같은 기구는 형식적 존재가 아닌 실질적 조정 능력을 갖춘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수사·기소 분리는 선진국 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원칙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검찰이 기소권을 행사하되, 수사는 경찰 혹은 별도 수사기관에 위임하는 이원 구조를 통해 권한 집중을 방지한다. 일본 역시 준사법형 모델을 유지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국가 통제 기구를 통해 기소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한국은 기소와 수사 권한이 모두 검찰에 집중된 '고도 집중형' 구조로, 민주주의 견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개혁의 동력과 속도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업무보고 중단 사태는 검찰 조직이 여전히 국민적 공감대를 읽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국회와 정부는 검찰의 저항을 관리하는 동시에, 국민적 요구에 기반한 개혁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행정 혼선, 인력 배치의 비효율성, 기소 판단의 신뢰 확보 등 후속 과제들은 법률 개정과 함께 단계별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조직 해체에 준하는 개편, 중기적으로는 공소제기 절차의 독립성 강화, 장기적으로는 시민사회와 국회 중심의 통제기구 내실화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은 '정치 보복'이나 '제도 정비'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 체계의 균형 회복이라는 더 큰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는 곧 행정부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사법적 정의의 기준을 회복하는 길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국가 권력의 진정한 주체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검찰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제도는 검찰을 넘어설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국민의 요구와 감시, 헌법적 명제에 대한 충실한 이행이 있어야 한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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