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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보면 통치가 보인다

– 통치는 ‘내 사람’이 아니라 ‘맞는 사람’을 쓰는 일이다

2025년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에서 인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사는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라고 말하며, 특정 성향이나 편향된 인물만을 기용하는 폐해를 경계하고 “시멘트만으로는 콘크리트가 되지 않는다”는 은유로 다양성과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실용과 통합을 강조한 대통령의 인사 철학은 일부 인사를 둘러싼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이질적인 배경과 성향을 아우르려는 통합적 기조로 읽힌다. 국민은 지금, 그 메시지가 실제 통치 구조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며, 이 인사가 단순한 배치를 넘어 ‘실행 가능한 국정 구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다.



정권 초기의 인사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국면에서 등장한다. 인사는 단순한 인물 배치가 아니라, 정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통치의 문법을 드러내는 ‘정치적 언어’로 기능한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인사는 종종 성공의 발판이자 동시에 실패의 출발점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코드 인사’ 논란에 시달리며 균형감을 잃었고, 이명박 정부는 ‘CEO형 실용 인사’를 표방했지만 관료조직과의 마찰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증 시스템 미비로 다수 낙마를 초래하며 제도적 신뢰에 균열을 가져왔고, 윤석열 정부는 검찰 출신 인사의 편중으로 ‘편향된 진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처럼 인사는 통치의 거울이며, 국민과 맺는 신뢰의 첫 계약이다. “인사는 수단”이라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 수단이 설계되고 집행되는 방식에 따라 정권의 철학은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인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대통령이 인사는 통합의 수단이라 천명했지만, 선언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검찰 중심 인사나 특정 인맥 기용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유효하고, 야당과의 갈등 또한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통합을 외치는 메시지가 실제 인사 구조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행동과 결과를 통해 진정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왜 그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인사는 구체적인 정책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세 가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다름’을 견디는 리더십이 전제되어야 한다. 역량보다 충성을 중시하는 인사는 조직 내 다양성을 훼손하고 국정의 시야를 좁히며, 이는 곧 정책 실현 가능성의 저하로 이어진다. 대통령이 언급한 시멘트, 자갈, 모래의 은유처럼 이질성을 조화롭게 이끄는 능력이 통합 인사의 본질이다. 둘째, 직업공무원 시스템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공무원 사회를 ‘해바라기’ 라거나 ‘영혼 없다’고 폄하하기보다는, 그들의 중립성과 책임에 기반한 행정 시스템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이 장기적 국정운영에 필수적이다. 셋째, 인사는 정책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누구의 사람인지가 아니라 해당 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 역량이 있는지를 기준 삼아야 한다. 이는 인사권을 가진 리더가 결과로써 답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Life-Plan전문가】

이러한 기준은 이상적 담론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효했던 원칙들이다. 한비자는 “쓸 사람은 의심하지 말고, 의심스럽다면 쓰지 말라”라고 말했으며, 조선 정조는 극심한 당파 갈등 속에서도 실력 중심 인사를 통해 국정의 균형을 도모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파까지 포용해 ‘라이벌 내각’을 구성했고, 이는 남북전쟁이라는 위기 속에서 미국을 통합하는 리더십의 토대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충성이 아니라 기능을, 코드가 아니라 조화를, 정치가 아니라 통치를 기준으로 사람을 썼다. 결국 인사는 통치의 본질과 리더의 신념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를 통해 실용과 통합, 다양성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국민은 그 발언보다 실천과 성과로써 인사의 진의를 가늠한다. 인사는 단순한 국정 수행의 도구가 아니라, 정권의 철학을 구현하고 국민과 신뢰를 축적하는 제도적 시작점이다. 따라서 사람을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여야, 진영, 성향을 넘어 이 인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국민은 냉정히 지켜볼 것이다.

진정한 통치는 ‘내 사람’을 확보하는 데 있지 않고,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하나의 비전으로 묶어 움직이게 만드는 리더십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을 솎아내는 권력이 아니라, 다양한 성향을 아우르며 조화롭게 이끄는 통치력이다. 정치적 배치가 아니라 정책적 기획이 앞서야 하며, 인사는 말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는다. 통합은 선언으로 성립되지 않으며, 실천으로만 증명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사람을 쓰는 리더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리더를 기꺼이 따를 수 있는가. 그 질문의 답은,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 어디까지 실행되는가에 달려 있다.

https://newskorea.cn/news/view.php?no=5457#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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