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연애

길위에 혼자 서 있는 시간

by 씬나

뉴욕의 하늘은 높고 멀게 느껴지지만, 텍사스의 하늘은 구름도 크고 가까이 느껴진다.

마치 금방이라도 손을 뻗으면 하늘의 구름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는 혼자서 조용히 말했다. 드디어 내가 예상했던 시간이 왔네....

한 달이 지나면서 밀려올 것이라 예상했던 순간이, 며칠 전부터 아침에 책상 앞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걸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말로는 내뱉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쉬며,

'성격 좀 버려라, 왜 생각없이 사고를 치는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그렇게 내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통제하려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다시 그 사람에게 미안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돈이 너무 들어가네요. 사무실을 구하지 않은 게 잘한 것 같아요.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서요.” 그의 대답은 내 걱정을 덜어주는 말이었다. “그걸 왜 걱정하나요? 어차피 내 돈도 당신 돈이고, 당신 돈도 당신 돈인데, 시간이 좀 걸릴 걸 예상했어요.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마세요. 천천히 하면 됩니다. 당신이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스트레스 받지 말고, 언제든 뉴욕에 오고 싶으면 말하세요. 비행기표 보내드릴게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함께 미국에 오던 그 해, 그 사람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다음 해에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나에게도 문제들이 있었다. 그는 오로지 이곳에서 정착하기 위해 인내하며 버텼고, 이제 미국이 그의 고향이 되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 사람의 인생에서 선택권이 없었던 순간들이었다. 공부를 잘했지만 재수할 돈이 없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다녔으며, 졸업 후에는 행정고시를 보고 싶었지만 직장을 다녀야 했다. 미국에 오고 싶지 않았으나 나 때문에 왔고, 이제는 헤어지기 싫지만 선택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떨어져 살고 있다. 그의 인생은 자신이 결정했지만 그 길을 가기전까지는 다른 사람의 선택이 그를 선택하게 만든게 아닐까 라는 생각에 내 마음이 아팠다.


그와 다른 성격을 가진 나는 슬픔을 잊지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 나는 혼자 커피숍 투어를 한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왜 내가 이렇게 하는 걸까? 단순히 커피가 좋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람들의 소리가 그리운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인지, 아니면 외로움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는 마음인지 모르겠다.


문득 나의 20대 초반이 떠오른다. 아무 준비 없이 영국으로 갔던 시절. 그때 나는 철저히 혼자였고, 돈도 차도 없었다. 커피숍 한잔 사마실 여유가 없었고, 가장큰 외식이 맥도날드가 전부였다.

그 시절, 바닷가를 울면서 걷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없는 집으로 가기 싫어 했었고, 친구도 없이 홀로 있던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 사람들이 그리워서 책가방에 빵을 넣고 하루종일 돌아다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좀 더 현명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영국 사람들과 사귀었거나 친구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의 나는 바보 같았고, 센스도 없었다. 밤이 되면 혼자 술을 마시며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지금의 나와 그 시절의 나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차나 돈 때문이 아니라, 이 외로움을 어떻게든 견디고 즐길 수 있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날씨가 화창하면 우울함이 찾아온다.


그런데 이 선인장은 왜 이렇게 빨리 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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