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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쌤 Dec 08. 2021

엄마의 화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법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기


 나른한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있는데 둘째가 다가왔다. 티격태격 웃으며 장난을 치다가 그만 첫째가 소파에 아무렇게나 올려둔 영어 공책의 한 페이지가 찢어지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첫째는 책을 볼 때도 책이 구겨지는 것을 싫어해 조심해서 보는 성격인데 공책의 한 페이지가 찢어졌으니 앞으로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한 큰 사건이다. 지오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소리를 지르고 동생을 노려보았다. 폭풍처럼 흥분한 지오에게 공감이나 경청은 시기상조였고 나도 점점 화가 나 불쑥 내뱉었다.


"그렇게나 소중한 물건을 왜 아무렇게나 놓아두었니? 소중한 물건이면 소중하게 대접해야지."


습관처럼 말을 내뱉고 문득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비단 물건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나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해, 싫은 소리 하지 못해 누군가가 함부로 들어와서 상처를 주면 마음이 아파 혼자 꿍꿍 앓던 경험은 없었을까? 어렵지 않게 나를 지키지 못한 경험들을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아이들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소중한 아이에게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상처를 준 경험은 없을까?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인 울타리가 필요하다.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스스로 울타리를 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울타리를 만들어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도록 보호해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는 갈등의 상황에서 아이의 경계를 넘기 쉽다. 감정에 휩쓸려 부모의 마음이 소용돌이치니 아이의 마음까지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직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집에 돌아오면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가 많기 때문에 집에서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매번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 뒷수습하며 자책하고 후회하는 일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나의 감정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어느 날,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 둘째 아이가 아빠를 빤히 보다가 한마디 했다.


아빠는 왜 엄마에게만 친절해?


남편도 나도 그 순간 당황했다. 외출할 때 출발시간이 지연되는 행동을 첫째가 종종 한다.

출발하려고 하면 화장실에 간다든지, 뒤늦게 마스크를 찾는다든지 하는 식이다. 첫째의 패턴을 아는 남편은


 "지오는 꼭 나가려고 하면 저런다..."


하고 짜증 섞인 말을 내뱉곤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나가려고 하니 이것저것 생각나서 출발을 지연시키는 나에게 남편이


"오늘은 유독 잊고 있는 게 많네요 “


하고 이야기했는데 말의 결이 다른 것을 두고 둘째가 정곡을 찔렀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왜 다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째와 나의 행동은 같은데 나는 어른이니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첫째도 어른처럼 대하면 되지 않을까? 그 후 첫째를 남편이라 생각하고 말을 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어른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격한 말이 나올 상황에도 아이에게 크게 상처 입힐만한 말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아동심리전문가들이 말하는 칭찬의 기술도 자연스럽게 습득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지만 일상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식사 시간에 준비를 도와주었다면 나도 모르게 ”잘했어 지오야 “하고 결과를 칭찬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의 자리에 남편을 대입해보면 도움을 받았다고 ”잘했어. 여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고마워. 여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순간 아이에게도 ”식사 준비를 도와줘서 고마워. “ 하고 말하는 것이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된다. 이론으로 배울 때는 과정을 봐야 하는 칭찬도 참 쉽지 않다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가 어른이라 생각하고 칭찬을 하면 어렵지 않게 과정을 칭찬할 수 있었다.


칭찬할 때도 훈육할 때도 아이의 존재를, 울타리를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는 것이 힘들다면 부탁하거나 내가 화가 났다 인지하는 상황에서만이라도 아이에게 존댓말을 써보면 좋겠다. 극존칭까지는 쓸 필요가 없지만 말 끝에 ”요“자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부모의 마음이 조절되면 벌컥 화를 내는 대신에 부드럽고 단호한 훈육이 이루어질 수 것이다. 화내는 그 순간조차도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을 존중해야 아이도 부모도 상처 받지 않고 폭풍과 같은 상황을 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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