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글쓰기>
초등학교 시절, 편지 쓰기 숙제나 편지를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우리 엄마가 나의 글쓰기 선생님이었다. 엄마는 마당에서 파나 열무 같은 것을 다듬고 계셨고, 나는 안방에서 배를 깔고 누워 줄이 쳐진 편지지에 연필로 편지를 썼다. 그리고 다 쓰면 엄마한테 갖고 가서 검사를 받았다. 엄마는 읽어보시고 항상 두 가지를 말씀하셨다.
"꾸미지 말라고, 어른 흉내 내지 말라고."
3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들릴만큼 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엄마의 말이다. 엄마는 나랑 어울리지 않는, 어른들이 쓸법한 말을 흉내 낸 단어를 족집게처럼 집어내셨다. 엄마는 내가 쓴 단어를 바꿔주시거나 문장을 고쳐주신 적은 없다. 나는 그저 엄마의 말과 내가 쓴 편지를 달랑달랑 방으로 들고 와서 내 손으로 지우고 다시 편지를 써야 했다.
꾸미지 말라고? 어른 흉내 내지 말라고? 엄마의 말을 계속 곱씹으며 편지를 고쳐 나갔다. 나는 내가 쓴 편지가 정말로 내 마음인지, 진짜 내 마음인지 생각해 본다. 그렇게 몇 번을 문지방을 넘어 다니는 동안 내 편지는 엄마의 열무처럼 다듬어져 갔고, 엄마 입에서 "됐어. 이제 네가 쓴 것 같아."라고 말씀하시면 내 편지 쓰기 숙제는 드디어 끝이 났다.
엄마는 항상 진실됨을 강조하셨는데 (편지 안에서도 편지 밖에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꾸지지 말고, 어른 흉내내지 말고 쓰라는 엄마의 말은 결국 나의 말로 쓰라는 뜻이었고, 나의 말로 쓸 때 내 마음과 생각이 가장 진실되게 전달된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엄마의 말은 힘이 쎄서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글을 쓸 때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시든 잎, 누렁 잎, 잔 뿌리 다 떼어내고 잘 다듬어진 열무처럼 내가 아닌 것은 다 떼어낸, 내가 쓴 것 같은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