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글쓰기>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한 여름에 맛있는 복숭아를 먹으려면 겨울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농사짓는 사람만 아는 영업비밀(?) 같은 것이다. 아직은 날이 추워서 햇볕이 가장 따뜻한 정오에 일을 시작한다. 준비물은 가위와 톱,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켜 놓을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전에는 복숭아나무 가지를 자르는 동안 내 안에 있던 어둠도 같이 잘라내는 것 같았는데, 같은 작업이지만 올해는 그 느낌이 다르다. 그 많고 쓸모없던 어둠이 모두 잘려나가고, 이제는 건강하게 열매 맺는 가지가 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음각 판화에서 양각 판화로 바뀌듯이 '무엇을 자를까'에서 '무엇을 남길까'로 내 마음이 바뀐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는 사람처럼, 지금 나는 복숭아밭에서 그리고 정오의 빛 속에서 가장 좋은 가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