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새해

by 선데이로스트

2019년은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질적인 무엇인가가 크게 바뀌는 시기들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본 지금의 나의 모습은 아마 2019년에 형태가 잡혔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걸 느끼고, 많은 걸 배운 해이다. 그 과정은 정말 즐겁기도 하며 고통스러웠다. 어리숙한 나였지만 이제 와서 떠올리면 포근한 기억이다. 그토록 상징적인 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와 작별 인사를 하였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혼자서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는 먼저 미국으로 향했다. 12월 30일 오후 7시, LA공항에 도착했다. 빠르게 짐을 찾은 뒤 메가버스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총 8시간이 걸렸다. 그 중간에 나는 휴게소 웬디스에서 햄버거를 주문해서 먹고, 나머지 시간은 버스에서 가방을 끌어안고 잤다. 그리고 오전 8시가 되자 날이 밝은 샌프란시스코에 덩그러니 놓였다.


예약한 한인 민박 숙소까지 걸어가서 입구를 찾기 위해 숙소 앞을 기웃거리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이틀 동안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나는 반가움에 말을 걸어봤다. 그 남자는 나보다 4살이 많은 형이었다. 텍사스에서 인턴을 하기 위해 미국에 왔고, 그전에 여행을 하기 위해 2주간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른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숙소를 나와 가까운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신 뒤, 한 시간 정도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걷다가 극심한 피로를 느껴 5시가 되기 전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잠에서 깬 뒤 시간을 보니 밤 9시였다. 저녁을 거른 나는 출출함을 달래러 거실로 내려갔다. 숙소의 손님 세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전에 숙소 입구에서 만난 형, 그리고 그 형과 동갑인 누나 2명. 알고 보니 내가 자는 사이 다들 이미 조금 친해져 있었다. 나는 테이블 끝에서 숙소에 있던 컵라면을 조용히 끓여 먹었다. 그때 대화 중이던 한 누나가 나도 새해 카운트다운을 함께 가지 않겠냐 물었다. 그 당시의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밤거리가 무서워 조금 망설였지만 내 걱정이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감사히 동행하기로 했다.


준비를 마치고 10시가 됐을 때 우리는 숙소에서 나왔다. 12월의 샌프란시스코는 패딩 하나면 충분히 따듯할 정도로, 그다지 춥지 않았다. 우리는 부지런히 페리빌딩으로 향해서 자리를 잡았다. 카운트다운이 겨우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한산했다. 한국이었으면 이미 자리도 잡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네 명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를 불러준 그 누나는 미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전공은 경영학.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천금 들기 때문에, 학비를 보태기 위해 1년을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제 막 학부 1학년을 마친 나로서는 그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은 못했다. 그냥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찌 됐든 나를 계속 잘 챙겨줘서 참 고마웠다.(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아서 지금은 뭘 하는지 잘 모르지만, 분명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문득, 지구 반대편에서 오늘 처음 만난 한국인 4명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상황이 왠지 신기했다.


오지 않을 줄 알았던 10초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분명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겠지만, 카운트다운의 마지막 10초는 원래보다 조금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 5! 4! 3! 2! 1!


Happy New Year!


성대하게 폭죽이 터졌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나는 폭죽이 하나씩 터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분이 묘해졌다. 한 해를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2019년에 남아있던 후회와 이루지 못했던 목표들, 모든 게 일단락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찌 됐건 내가 그린, 나만의 그림이다.

새로운 도화지를 꺼내드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