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산 성공 지도, 그 끝은 벼랑이었다
지금 내 방의 시간은 고요히 흐른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삼키고, 침대에 누워 숨을 고르는 것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의사는 내게 공황장애와 심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몇 년 전의 나에게 이 병명은 그저 나약한 사람들이 얻는 훈장 같은 것이라 여겼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제대 후의 삶을 완벽하게 설계하고 있던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군대였다.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통제된 공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미래를 꿈꾸는 것뿐이었다.
좁은 생활관 침대에 누워, 허락된 시간 동안만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나는 다른 세상을 엿봤다. 그때 내게 빛처럼 다가온 사람이 바로 '신사임당'이었다.
그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꽉 막힌 군 생활의 유일한 탈출구였고, 나는 그의 콘텐츠인 '창업 다마고치'를 수 차례 정주행 하였다.
그것들은 나에게 전역 후 펼쳐질 장밋빛 미래에 대한 예언이었다.
나는 단순한 구독자를 넘어, 그의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고심 끝에, PX 가는 즐거움까지 아껴가며 모은 병사 월급으로 그의 유료 강의를 결제했다.
생활관 침대에 엎드려, 동기들이 걸그룹 영상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낼 때 나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그의 강의를 보며 미래를 그렸다.
마치 남들은 모르는, 평범한 월급쟁이의 삶을 탈출하는 비밀과외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 강의의 내용만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든다면, 전역 후의 내 인생은 탄탄대로일 것이라 확신했다.
강의 노트와 사업 계획서가 너덜너덜해질 때쯤, 전역일이 다가왔다.
전역모를 쓰고 위병소를 나서는 그날, 나는 남들처럼 시원섭섭함이나 사회로 돌아간다는 막막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나는 대한민국 육군 만기 전역자가 아니라, 신사임당의 가르침으로 완벽히 무장한 '준비된 창업가'였으니까.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되었다.
전역 신고를 한 다음 날, 나는 세무서로 달려가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그리고 월 30만 원짜리 작은 공유 오피스에 내 첫 사업의 둥지를 틀었다.
자금이 부족했기에, 집 근처 편의점의 야간 아르바이트도 바로 시작했다.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그렇게 나의 이중생활이 시작됐다.
아침 8시에 편의점 근무가 끝나면, 땀에 절은 몸을 이끌고 공유 오피스로 향했다.
그리고 오후 5시까지는 '사장님'으로 일했다. 잠은 하루 2~3시간이 전부였다.
잠깐 집에 들러 쪽잠을 자고, 알람 소리에 좀비처럼 일어나 다시 일터로 향하는 끔찍한 나날이었다.
사람들은 미련하다고 했지만, 나는 내 고생이 성공을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 굳게 믿었다.
이미 군대에서부터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계획된 고난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새벽이었다.
편의점 카운터에서 졸음을 쫓으며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센터를 새로고침하던 내 눈에, 숫자 '1'이 찍혔다. 첫 주문이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비록 내가 직접 물건을 만져보지도 못하는 위탁 배송 상품이었고, 수수료를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몇천 원에 불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된다!'는 확신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는 편의점 구석으로 달려가 소리 죽여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몇 달간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말로 형용하기 힘든 기쁨. 그 밤, 나는 내비게이션이 나를 올바른 길로 안내하고 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