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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er Jan 24. 2022

[역사 이야기] 괴벨스의 '총력전'

20세기가 낳은 최고이자 최악의 선동가, 총력전 연설을 펼치다


"뚜.. 뚜.. 뚜.. 뚜!!!"


하루 일과를 마치고 8시 혹은 9시 뉴스가 방영되는 채널을 틀었을 때, 뉴스 시작을 몇 초 앞두고 항상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텔레비전이라면 하단 자막으로 시계가 함께 나올 것이고, 라디오라면 초시계 소리 혹은 음악이 흘러나올 것이다. 그 순간, 우리 모두는 쥐 죽은 듯 무의식적으로 화면과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집중을 하게 되면 바로 다음에 흘러나오는 방송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게 다들 뉴스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초시계 효과, 도대체 누가 개발했는지 궁금할 만도 하다. 방송국 사장? 아니면 방송통신위원회 이사장? 놀랍게도 이는 '총력전 연설'로 유명한 괴벨스가 개발한 것이다. 그는 일반 대중들을 다루는 법을 완벽히 꿰뚫고 있었고,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괴벨스는 '나치 독일의 입'으로서 독일 국민들의 사기를 한순간에 진작시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교묘한 말과 동작으로 사람들을 완벽히 세뇌한 것이다. 얼마나 세뇌됐느냐 하면,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 패전 이후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던 나치 독일이었음에도 국민들은 독일이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던가.. 실제 총칼과 탱크, 독가스보다도 무서운 것이 유능한 선동가의 달변이다. 그러한 면에서 괴벨스는 최고이자 최악의 선동가였고, 다시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세계사에 아주 큰 획을 그리고 떠났다. 물론 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의 전 생애를 알아야 하지만, 서양사를 수강할 때 제출했던 리포트를 풀자니 너무 지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의 '총력전 연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선전은 본질상 일종의 예술이다."
- 파울 요제프 괴벨스 -


누군가 괴벨스의 총력전 연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 이 문장을 건네주면 된다. 실제 연설을 들어보면 독재 국가의 수장이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뉘앙스가 아닌, 아주 잘 짜인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강렬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은 스탈린그라드 전투(1942)에서 소련과의 격전 끝에 추운 날씨, 연료 부족 등으로 인해 패퇴했다. 독소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련 점령을 노린 히틀러의 야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괴벨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한 후, 베를린의 체육 궁전(Sportpalastrede)에서 총력전 연설을 전개한다.


단상에서 총력전 연설을 펼치는 괴벨스의 모습이다.


http://blog.naver.com/sakura_1945/220259591375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무리 총력전 연설의 격앙된 분위기를 글로 잘 설명하더라도 이 한 편의 영상을 따라잡지는 못할 것이다. 괴벨스의 연설 중 일부를 듣고 싶다면 위 주소에서 확인해 보면 된다. 검증된 자료라는 것이 확인되면 물불 안 가리고 찾는 타입이라,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편이다.


'나는 꼭 글을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분들을 위해, 100% 블로그 영상에 근거해 총력전 연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대강 풀어보고자 한다. 연설은 영국에 대한 증오로부터 시작한다. 괴벨스는 "영국은 우리 독일이 총력전이 아니라 항복을 원하고 있다"라며 현장에 있는 군중들의 분노와 증오를 자극했다. 그런 다음, 그는 총력전이라는 단어를 계속 말한다. 총력전을 원하는지, 히틀러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본다.


그에 대한 군중들의 대답은 이렇다. "총통이여 앞장서세요. 따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이 영상에 등장하는 내용 중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완벽에 가까운 선동가와 그에 세뇌된 군중들... 그가 말한 '예술'이라는 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부분인 것 같다.


이후 괴벨스는 국민 여러분이 있다, 무거운 부담을 받아들인다 등의 표현을 통해 군중들이 총력전에 몸을 맡기도록 유도하면서, 영상 말미에 유명한 말을 남긴다.


"국민들이여, 감연히 일어서서, 폭풍을 일으켜라!"


국민들은 이에 호응하고 연신 나치 손짓을 해대며 독일 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영상은 끝이 난다.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물론 이것이 연설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괴벨스는 연설 중 볼셰비키와 영국 등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과감히 드러내었다. 군중들은 하나 둘 열광하기 시작하고.. 그 에너지는 최전선에 있는 독일 군대에까지 미쳤다. 괴벨스는 '분노와 증오가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개념을 매우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w8rVQyND8
전황을 바꾼 '총력전 연설' (내셔널지오그래픽 - National Geographic Korea 출처)


상기 영상이 더욱 잘 설명해 주겠지만, 그는 치밀한 선동가였다. 사실 현장에서 총력전 연설을 듣는 군중들은 대부분 나치당이 엄선한 당직자들이었다. 그들은 미리 가르쳐준 지점에서 박수를 치라고 지시를 받았으며, 배우를 동원해 자발적으로 감탄하는 듯한 몸짓을 취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 물론 괴벨스 자신도 발성, 동작, 시선 등을 모두 치밀한 연습을 통해 총력전 연설을 준비했다. (모두 영상에 있는 내용이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열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대부분의 가정에 싼 값에 라디오까지 배급한 상태에서 이는 더욱 큰 효과를 발휘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대규모 선동 장면이 현실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이미 개전 초기부터 잦은 세뇌 방송으로 나치 독일에 귀가 절여있던 독일 시민들은, 그의 목소리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론조사라는 것은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영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저 현장에 있던 한 명의 독일 시민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의 화려한 언변에 선동된 나머지, 볼셰비키와 영국에 대한 끝없는 분노와 증오가 차올라 열렬히 나치 독일을 지지했을 것이다. (물론 나치 독일을 옹호한다는 말은 아니다.) 총칼보다 무서운 것이 언어라는 것을 톡톡히 보여준 괴벨스였고, 또 인간이 '선동' 앞에서 얼마나 나약해지는지 보여준 것도 그였다.


저런 상태에서 여론조사를 한다면 당연히 나치당을 적극 지지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다. 그 대상마저 선동으로 조작 가능한 사람이 괴벨스였고, 이는 그가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는 하나의 이유로 작용한다.


물론 괴벨스는 1945년 히틀러가 자살한 이후 자녀를 독살시키고 그 자신도 아내와 같이 자살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현대 사회에서도 독재자가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거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을 선동할 때 등장하곤 한다. 비록 몸은 죽고 없어졌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까지도 남아 오늘도 누군가를 선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괴벨스와 그의 '총력전 연설'에 대해 짧게나마 알아보았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포함해 전 지구촌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제2, 제3의 괴벨스'가 나오지 않도록 만전에 또 만전을 기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끝으로 글을 마친다.






<출처 목록>

커버 사진:  https://blog.naver.com/jjg4216/220968514685

총력전 영상(1): http://blog.naver.com/sakura_1945/220259591375

총력전 영상(2): 전황을 바꾼 '총력전 연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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