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웨딩시티로 가지 못하였는가-
2025년, 해가 바뀌었다.
명리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작년에 들었던 한마디를 떠올렸다.
“한 곳은 기다려야 갈 수 있고, 다른 한 곳은 그냥 갈 수 있어요. 아이고, 꼭 가셨음 좋겠어요!”
그 말을 듣고 괜히 기대했다.
‘올해는 자리가 없어도 도시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오! 그럼 내신 점수를 써서 기다리면 도시로 발령이 나겠군!”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 작은 촛불 하나를 켜두고 1월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은 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신은 하나를 주면, 꼭 하나를 가져간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꼭 가셨음 좋겠어요”는 결국, 못 가니까 건네는 위로였다는 걸. 아이쿠.
내신발표일
학교 미술실에서 정리하다가 결과가 나온 걸 알고는 헐레벌떡 아랫층 교무실로 내려왔다.
허탈한 웃음을 짓자 교감선생님이 물으셨다.
"어떻게 됐어?ㅎㅎ 선생님, 여기 있게 돼서 너무 좋지?"
"아... 네...! 너... 너무 좋아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은 씁쓸했다.
기대와는 정반대로, 다시 시골에 남게 되었다.
'웨딩시티는 웬걸... 다시 시골 라이프 1년 시작이네.'
엄마와 상담
"엄마... 나 여기서 1년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기대 크게 안 했는데도 허무해... 흐엉..."
"그래... 속상해서 어쩌냐. 그치만 더 좋은 일이 네게 있으려나 보다. 괜찮아.^^"
엄마의 따뜻한 위로가 가슴속에 알알이 박혔다.
그리고 엄마는 며칠 뒤, 조용히 맛있는 걸 사 주셨다. 말없이, 그렇게.
업무희망원
2월. 학교 교육과정 디자인 주간.
3일간 학교에 출근해야 했고, 첫날 아침 업무 희망원을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원하는 업무, 학년, 보직교사 등을 적어내는 서류.
“어디 보자…”
작년과 같은 업무를 할까 고민하던 중, 내 업무 자리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우리 학교 선생님 한 자리가 줄었는데, 내가 하던 업무 자리가 없어진 건가?'
갑작스러워서 아쉽기도 하고, 미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괜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그제야 고민이 시작됐다.
'어디에 지원해야 하지? 어떤 업무를 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겸임 학교도 하나 더 늘었고, 작년과 달리 달라진 부분도 많을 텐데..'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좋았어! 연구부와 교무부! 학년은.. 2학년!”
그렇게 희망원을 작성해 교감선생님께 제출했다.
별일 없기를 바라며.
그렇게 하루가 지난 오후 5시
오후 연수가 끝난 5시. 늦게 끝난 연수 탓에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연수실을 나서려는데, 교감선생님이 부르셨다.
"선생님, 퇴근하시기 전에 잠시 교감실로 들르세요~!"
'아... 내 자리가 없어져서 위로해 주시려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교감실 문을 열었다.
"선생님... 올 해 교무부장을 맡아주셨으면... 하는데..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