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과 소비]
19. 로망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들이 있다. 마치 그 상품을 소비하면 로망이 이뤄질 것처럼 말하는 광고들이 많다. 화장품을 바꿔서 여드름이 없어지자마자 멋진 선배가 다가오는 CF(=이 화장품을 사용하면 멋진 선배가 당신에게 접근하는 로망이 실현되리란 의미)나, 이 책으로 공부하면 꿈꾸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책 선전들을 예시로 들겠다. 소비자들은 그런 광고를 보면서 속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혹시 나도?”란 생각과 함께 상품을 집어 든다.
20. 이제는 ‘상품’ 자체가 로망이 되는 시대가 왔다. 가장 흔하고 적절한 예시는 명품에 대한 로망이다. L과 V가 적절하게 포개진 비싼 가방을 드는 것, 정 중앙에 커다랗게 박힌 고급스러운 샤넬 문양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며 지갑을 여는 것에 대한 로망. 이러한 로망이 실현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쾌락은 타인과 구별된다는 것이고, 그 기저엔 표면에 대한 애착이 있다.
[로망과 행위]
21. 로망의 유무에 따라 사람들은 같은 대상과 환경, 상황에 다르게 반응한다. 로망은 일종의 기대심리로, 똑같은 사건을 다른 자극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과 CC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신입생과 그렇지 않은 신입생은, 같은 선배의 연락에 다르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로망은 선입견처럼 작용해 이후의 행위에 영향을 준다.
22. 사람들은 로망을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행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로망하는 장면을 현실에서 모방하려는 것이다. 이때 현실을 복제한 대중매체를 모방해 로망을 만든 경우, 이중 모조품인 로망을 흉내내어 현실에 투입(행위)하는 것은 현실의 삼중복제품과 현실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다. 과연 그 둘은 얼마나 일치할 수 있을까?
로망은 키치를 남발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현실과 로망의 경계선을 흐리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노력의 도구는 선의 흔적이 남는 지우개이지,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화이트가 아니다. 따라서 로망은 현실과 일치될 수 없는 ‘가짜’이고, 키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로망을 버릴 수 없다. 나 역시 로망으로 가득 찬 인간이다. 로망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는 언제나 우리 일상의 영역에 지정석을 만들어둔다. 로망을 단순한 바람으로 볼 것인가, 혹은 과다한 망상을 현실로 침투시켜 키치한 인간이 될 것인가는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면 묻는다. 당신의 로망은 무엇인가? 당신은 로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당신은 자신의 로망에 어느 정도로 빠져서 살고 있는가?
이 글은 2014년 2학기 임혜은 교수님의 예술과 역사 시간에 제출한 리포트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당시 새내기였던 필자의 우울한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