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 복구]기본(基本)에 대하여

차를 공부하는 마음의 뿌리

by 무작위자기

기본이란 진부함

무엇을 하든 ‘기본’이 중요하다는 말은 진부하지만 사실이다.
땅을 고르고 주춧돌을 놓지 않은 건물은 결국 무너진다.
그야말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작은 취미로 차(茶)를 즐기는 이들에겐 별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차를 본격적으로 탐구하자면
그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곧 알게 된다.


물론 필자 또한 애송이에 불과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작은 배움을 밑천 삼아
그저 ‘알게 된 몇 가지’를 말할 뿐이다.


터와 뿌리의 중요성은 차에게도 마찬가지


차인에게 기본이란 무엇인가

차학(茶學)에 대한 지식,
차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

아름다운 행다(行茶)를 펼치는 몸짓

당연히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둥에 가깝지 ‘뿌리’는 아니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차인에게 기본은, 진지한 마음과 태도다.”


어떤 이는 비웃는다.
그런 원론이 무슨 힘이 있냐고.
하지만 내가 보고 들은 바를 되짚어보면,
그만큼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이 없다.

기량이 같아도 ‘존재감’은 다르다

진심 없이도 공부는 가능하다.
재능이 있다면 멋진 행다를 보여주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나 역시 박학다식한 차인,
귀족적인 기품을 지닌 차인,
행다를 완벽히 구사하는 차인들을 여럿 보아왔다.

그들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보여주는 실력만큼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차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같은 동작, 같은 지식이라도
‘안광(眼光)’과 ‘기세(氣勢)’가 있는 사람은 다르게 보인다.

마음을 다해 임하는 자세
그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부족함 속에서도 빛나는 사람들

언뜻 부족해 보이는 이들이 있다.
말이 어눌하고, 동작이 다소 삐걱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그들 앞에서는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아마도 진심 어린 태도
내 마음이 공명하는 것이리라.


진심의 부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덕(不德)한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잘하는데도 감동이 없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기본과 성취가 하나 되는 순간
사람에겐 훨씬 큰 울림이 생긴다.

흔들릴 때마다 바닥으로 돌아가기

기초가 허술한 건물은
아무리 높고 화려해도 모래 위 누각에 불과하다.

밑부분이 가려져 있어도 보는 이는 느낀다.
불완전함, 위태로움, 공허함을.


높이 올라갈수록 밑을 잊기 쉽다.

부족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바닥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차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차를 대하는 자신에게 물음을 던진다.


“나는 얼마나 진심을 다하고 있는가.
어느 정도로 진지한가.”


이 질문 앞에서 망설여질 때가 있다.
그 순간 가장 부끄럽다.

나는 혹시,
기둥만 다듬는 사람에 불과했던가.

하지만 묻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달(達)’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요원해 보여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에게 길은 열리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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