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이의 장애를 알았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앞으로의 나의 삶이었다.
그 당시 '말아톤'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 속 엄마의 모습을 보며 미래 내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만 나오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이의 문제 행동을 줄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바치는 숭고한 모습이 존경스러우면서도 "왜 나에게 이런 일이!"를 끊임없이 외치며 그런 역할을 하기를 거부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늘 한편에서 나를 괴롭혔다.
조금이라도 차도가 보이면 좋으련만 야속하게도 기적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자폐'라는 말을 꺼내기만 해도 상대방이 괜히 내 눈치를 보고 나와 눈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가 고등학교 교사로서 일을 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은 팀 H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0일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주간 보호센터에서 캠프가 있어서 1박 2일로 센터에서 자고 그다음 날 오는 날이었다. 그날은 우리 팀 H 단합대회를 했다. 팀 H란 H를 케어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내가 부르는 말이다. 나와 남편, 그리고 아들, 그리고 활동 보조인 업무를 봐주시는 삼촌이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씩 SOS를 치면 버스를 타고 달려와 주시는 친정엄마도 계신다. 스케줄 관리는 나와 남편이 한다.
아이가 특수학교를 졸업한 올해 초부터 삼촌이 활동보조인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아침에 내가 출근하기 전 2시간, 출근 이후에 4시간씩 나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그 이후 나는 많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사람에게 여유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생각이 든다. 강퍅했던 내 마음이 많이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는 주 2회씩은 운동을 하고 불금에는 친구들과 맥주도 한 잔씩 할 수 있으며 주말에는 공연을 볼 수 있다. 보통의 결혼 20주년이 넘은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주어지는 당연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평화로운 일상이 부족하나마 가능해진 것이다.
아쉬운 것은 팀 H가 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아이를 봐야 하기에. 주말에 혼자서 공연을 보러 갈 때 모두가 같이 가고 싶은 날도 있는데 늘 아쉽다. 나라에서 하는 긴급 돌봄 등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한 달에 하루 정도씩 바우처처럼 아이를 맡겨놓고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