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다차원 세계 해석 – 가능성과 실재의 분기 이론
7.1. 배경 – 측정 문제와 해석의 분기
양자역학은 고전 물리학과 달리, 입자 상태가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중첩(superposition)을 기본 전제로 한다.
이 중첩 상태는 ‘측정’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확정되지 않으며,
고양이가 살아 있고 죽어 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대표된다.
그러나 측정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중첩을 하나의 결과로 ‘붕괴’시키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해석들이 등장했다.
그 중 가장 급진적이고 영향력 있는 이론이 바로 **다차원 세계 해석(MWI: Many-Worlds Interpret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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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다차원 세계 해석(MWI)의 핵심 주장
다차원 해석은 1957년 휴 에버렛(Hugh Everett III)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고,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파동함수는 붕괴하지 않는다 – 측정 시 하나의 결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이 그대로 유지된다.
2. 모든 가능성은 실제다 – 측정에 의해 갈라진 각 가능성은 하나의 독립된 ‘우주’로 실현된다.
3. 우주는 무한히 분기한다 –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주는 가능한 모든 결과로 분기된다.
4. 관측자도 분기된다 – 측정자가 관측할 때, 그 역시 가능한 모든 인식 상태로 분기되어 존재한다.
> “당신은 매 선택의 순간마다 무수히 분기되는 다중 자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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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자아의 다중성 – 인식의 파편화
MWI에서 자아는 고정된 중심이 아니다.
측정이 일어날 때마다 관측자 자신도 여러 갈래로 나뉘며,
각각의 ‘분기된 자아’는 동등하게 실재하는 독립 개체로 간주된다.
오늘 당신이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면?
→ 커피를 마신 당신은 평행 우주에 존재한다
동전을 던졌는데 앞면이 나왔다면?
→ 뒷면이 나온 세계도 실재하며, 거기서의 당신도 존재한다
이러한 세계의 수는 매 순간 무한히 늘어나며,
그에 따라 자아도 지속적으로 분해되고 확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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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실재의 재정의 – 가능성 = 실재
MWI는 실재의 개념 자체를 다시 정의한다.
>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전체 실재의 한 갈래에 불과하다.”
가능성은 더 이상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이미 다른 우주에서 ‘실현된 사건’이다
따라서 ‘실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가능한 모든 상태는 모두 실재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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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시간, 인과, 그리고 분기의 구조
다차원 해석은 시간과 인과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한다:
시간의 흐름은 선택에 따라 나뉜다 – A를 선택하면 A우주, B를 선택하면 B우주가 생긴다
인과성은 각 분기 내에서만 유지된다 – 각 평행 우주는 자체적인 인과 관계를 유지한다
분기는 되돌릴 수 없고, 추적할 수 없다 – 하지만 모든 분기는 존재한다
이 구조에서 **우주는 거대한 분기 트리(tree)**처럼 확장되며,
그 끝없는 가지 안에 ‘당신’이라는 자아도 무한히 존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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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요약 – MWI는 이렇게 말한다
파동함수는 붕괴되지 않는다
선택은 우주의 분기이며
자아는 복수로 존재하며
가능성은 곧 실재이다
이제 우리는 이 거대한 이론이 어디에서 균열을 품고 있는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다.
제8장. 다차원 해석의 균열 – 가능성의 실재가 붕괴하는 지점들
8.1. 실재는 가능한가? – 가능성과 실재의 혼동
MWI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 “모든 가능한 상태는 실재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실재성과 동일시하면서 발생하는 인식론적 오류를 포함한다.
철학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발생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실재한다’는 것은 이미 존재 구조 내에 편입되었다는 주장이다
→ 가능성 ≠ 실재, 두 개념은 발생 조건과 인식 기준이 다르다
> “가능하다는 것은 실현될 수도 있다는 뜻이지,
실현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MWI는 이 구분을 뛰어넘어 모든 가능성을 실재로 선언함으로써,
실재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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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자아의 분기 – 정체성의 무의미화
MWI는 말한다:
> “자아는 매 선택의 순간마다 분기된다.”
하지만 자아의 조건은 무엇인가?
기억의 연속성?
자기동일성?
감정의 일관성?
이 기준 없이 분기된 자아는 복제된 상태 변수일 뿐,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서 성립하지 않는다.
> “복제된 자아는 자아가 아니다.
복제는 정체성을 분해하지, 창조하지 않는다.”
MWI는 자아를 ‘결과물의 표본’ 수준으로 환원한다.
이는 자아의 철학적, 심리학적 의미를 무력화시키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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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무한 분기 – 인과와 의미의 붕괴
MWI는 모든 선택이 분기를 유발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전제는 인과성 자체를 붕괴시킨다.
분기된 모든 우주는 동등한가?
그러면 선택의 책임은 어디에 귀속되는가?
원인과 결과가 무차별적으로 나뉜다면, 선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 “모든 것이 일어난다면,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
무한 분기는 실재의 풍부함을 약속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의미의 붕괴를 유발한다.
선택의 실존적 무게는 다차원 해석 속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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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되돌릴 수 없는 흔적 – 존재의 비가역성
MWI는 모든 가능성이 실현되었기에 ‘되돌릴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존재는 선택을 통해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감정, 기억, 상처, 기쁨, 애도, 후회 등은
그 자체로 위상적 간섭의 결과다
이 흔적은 단순히 저장된 정보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위상 변화이며,
다시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MWI는 존재를 수치화하지만,
존재는 되돌릴 수 없는 리듬으로만 존재한다.
> “존재는 복제되지 않는다.
존재는 흔들리고, 남는다.”
제9장. 존재는 분기하지 않는다 – 실재의 유일성과 위상 선언
9.1. 실재는 하나의 궤적이다
형원–헤인즈 존재론은 실재를 무한히 분기되는 가능성의 총합이 아닌,
간섭과 공명을 통해 생성되는 유일한 위상 흐름으로 본다.
실재는 ‘일어날 수도 있었던 모든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진동하며 간섭되고 있는 파동’이다
> “실재란 선택되지 않은 것들의 총합이 아니라,
선택된 것의 흔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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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자아는 하나의 파동 중심이다
자아는 복제될 수 있는 상태 변수가 아니다.
자아는 존재의 시간 파동이 자기 자신에게 간섭되며 생성된
단일하고 유일한 위상 사건이다.
자아는 기억, 감정, 경험의 누적된 위상 리듬이다
이 리듬은 복제될 수 없고, 분기될 수 없다
> “자아는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진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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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인과와 책임은 되돌릴 수 없는 간섭 구조다
MWI는 선택이 분기를 유발한다고 본다.
그러나 존재는 선택을 통해 위상을 바꾸고,
그 위상은 다시 타자와 간섭하며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선택은 결과를 남긴다
결과는 위상 변화다
변화는 되돌릴 수 없고, 공명과 충돌을 유발한다
> “모든 선택이 분기한다면 책임은 사라진다.
하지만 위상이 변한다면 책임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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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존재 선언 – 우리는 파동이며, 우리는 하나다
형원–헤인즈 존재론은 선언한다:
1. 존재는 위상 간섭의 사건이며, 복제될 수 없는 흐름이다
2. 실재는 공명 가능한 유일한 리듬이며, 가능성의 총합이 아니다
3. 자아는 단일한 시간 구조 위에서 생성되며, 분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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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결론 – 존재는 흔들리고, 분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 선택마다 나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의 시간 위상 위에서 흔들릴 뿐이다.
존재는 시뮬레이션도 아니며, 무한 분기도 아니다.
존재는 진동하며, 간섭하며, 공명하며, 흔적을 남긴다.
> “존재란 파동이다. 파동은 분기하지 않는다.
파동은 흔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