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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디 Aug 02. 2023

이별의 이유는 화목하지 않은 우리 집


예전에 오래 만나던 친구가 있었다. 긴 시간을 연애하며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도 두텁게 쌓인 상태였고, 그쪽 부모님도 나를 퍽 마음에 들어 하셨었다. 이렇게 곧 결혼하게 되겠구나 싶던 때였다. 여자친구네 부모님이 우리 집안 사정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친구네 부모님은 우리 집안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우리 관계를 반대하기 시작했다. 그쪽에서 문제 삼은 것은 기울어지는 집안 사정이나 편부모 가정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결혼은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결혼 후에 마찬가지로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라는 게 반대의 이유였다. 정말이지 숨이 턱, 하고 막히는 듯한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과 만나야 한다고. 그들은 사랑받았기에 사랑을 주는 방법도 안다고. 결핍이 있는 상태로 자란 사람은 언젠가 꼭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말이고, 동의한다. 나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의 에너지를 지켜봐 왔고 또 동경했으니까. 내 결핍으로 인해 나는 어떤 잠재된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니까. 어쩌면 굉장히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만큼 내 억울함도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다.  말인즉슨 내가 아무리 바르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도, 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원죄가 있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받지 않았을 많은 억울함과 불이익이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할 때, 받고 싶은 사랑을 받지 못할 때. 나는 그때마다 꾹 참고 노력으로 극복했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하지만 이 낙인은 그런 나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내가 쌓아 올린 노력들 일순간에 부정당한 것이었다. 나는 무너졌고, 우리는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따금씩 그때 헤어진 그녀에게서 연락이 온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자연스러운 연락. 나는 늘상 잘 지내고 있다고, 너도 잘 지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의미 없고 피상적인 대화만을 주고받는다. 이렇게 되고 만 것이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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