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공부는 안 해도 되나요?

축구선수로 가는 길-season 2

by 말랑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났습니다. 여름방학과 함께 아들의 성적표가 집으로 왔습니다. 내신등급은 기존에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단계가 바뀌었고, 학생 스스로 듣고자 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었습니다. 학교의 선생님들도 이런 변화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도 있고,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개편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십니다. 듣기 좋게 학생의 진로와 꿈에 맞게 원하는 수업을 듣게끔 하여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을 바꾸겠다는 것인데, 그럼 운동하는 학생은 체육과목만 들으면 되나요? 요즘 대세는 의대 진학이고, 공대에 가면 취업도 힘들고 급여도 적다고 부모님들이 학생들에게 만류한다고 합니다. 결국 성적이 잘 나오고 내신등급이 높아질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듣게 된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교육 개편인지 답답합니다.

여기 더 답답한 건 아들의 성적표입니다. 나름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 아들의 성적표는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정리를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다른 학생들처럼 학원을 갈 수도 없고, 기숙사에서 혼자 책 펴 놓고 공부하는 건 아예 불가능합니다. 뭐 스스로 왕따를 당하고 싶으면 가능하겠지만….

그래서 아들은 나름 수업시간에 안 자고 열심히 수업 듣고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과 관련된 수행평가도 열심히 따라 했습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수학, 영어의 경우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적어 지필평가(시험) 점수는 낮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말에 집에 오면 EBS 강좌를 통해 영어를 공부해 보지만 한 두 개 강좌를 듣는다고 성적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다만 흥미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EBS 기초 고등영어를 듣게끔 했습니다.

여하튼 성적표는 대략 국어 3등급, 영어, 수학 4등급, 한국사 1, 통합사회, 통합과학 3등급입니다. 9등급 단계로 대략 환산해 보면 7~8등급 사이가 될 것 같네요

완전히 손 놓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 수행평가는 안 하는 운동부 학생의 성적과 별 차이가 없네요. 운동이 아닌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의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수준이 너무 높은 곳에 있다고 보니 그 밑에 있는 운동부 학생들 간의 상대평가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회 참여로 인한 수업 결 손보충 수업 필요성.png [출처 : 연합뉴스, 학생 운동선수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

그냥 운동만 하고 공부는 완전히 놓아도 되는 걸까요?

U-18에서 축구를 하는 최종 목표는 프로리그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 문은 너무 좁고, 입구도 보이지 않아 결국 대학 진학이 차선책으로 대두됩니다.

학교마다 입시전형이 다르지만 비슷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기 실적 및 수상 경력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전국 규모 대회에서의 경기 출전 시간, 소속팀 경기 수 출전 비율 (예: 대한축구협회 주최 고등리그 소속팀 경기 수의 70% 이상 출전), 그리고 입상 실적 (우승, 준우승, 4강 등)이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단순히 입상 실적뿐만 아니라, 특정 대회에 몇 회 이상 출전했는지도 자격 조건으로 두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경기 참여 기록 자체도 중요하게 보는 추세입니다. 팀은 좋은 성적을 냈지만 선수가 벤치에 앉아 있거나 짧은 시간 출전하는 경우 입시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2. 최저 학력 기준:

체육특기생도 기본적인 학업 역량을 갖추도록 최저 학력 기준이 적용됩니다.

내신 성적:이수한 과목 중 원점수가 학교 평균보다 높은 과목의 단위수 합이 전체 이수 과목의 1/4 이상이어야 하는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가 제공되는 과목 기준)

등급 또는 성취도가 제공되는 과목의 경우, 이수한 전 과목의 등급이 모두 7등급 이상이어야 하거나, 진로 선택 과목에 C등급이 없어야 하는 등의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In서울 대학에 진학하려면 3등급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제 5등급으로 바뀌었으니 2등급 이상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수능 성적: 위 내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수능을 응시하여 특정 과목(예: 2과목)의 평균 등급이 7등급 이상이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부를 안 하는데 과연 수능 성적이 나올 수 있을까요.

3. 학생부 반영:

최근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생부(교과 성적 및 출결) 반영이 의무화되었습니다. 이는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의 일환입니다.

대학에 따라 국어, 수학, 영어, 체육 등 특정 교과목만 반영하기도 합니다.

출결 상황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됩니다.

4. 실기 고사 및 면접:

경기 실적 외에 실기 고사를 통해 개인 기량이나 잠재력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면접을 통해 인성, 학업 의지, 진로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면접 시에는 공정성을 위해 3인 이상이 참여하고, 1/3 이상 외부 위원(타 대학 교수 등)이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처럼 운동으로 대학에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공부에 대한 절대적인 투자 시간도 부족한 데 갈수록 눈높이는 높아지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네요.

아들이 좋아서라고 말하지만 아들도 이 좁은 문을 통과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중학교까지는 이런 걱정을 접고 운동을 할 수 있겠지만 고등학교 진학 때까지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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