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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a Dec 28. 2023

고작 이거뿐이라고? 미국인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영문법

영어문법은 어렵다. 이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영어 원어민 미국인들은 문법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잘 쓴다. 한국어 문법을 모르면서도 한국어에 능수능란한 수많은 한국인들과 똑같다. 영어를 배우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의 영어문법 실력이 영어 원어민들보다 훨씬 높다는 증거는 없지만 내 경험상 '심증'은 많다. 


2022년 8월부터 지금까지 집 근처에 있는 미국 중학교에서 봉사활동 겸 나의 박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영어문법은 딱 7가지.


평서문 찾기

의문문 찾기

감탄문 찾기

명령문 찾기

쉼표가 들어가야 할 곳에 쉼표 쓰기

문장 마지막 온점 찍기 

고유명사는 대문자로 시작하기 


지난해 6학년 아이들의 영어교실을 훔쳐봤다

아이들이 1년간 배운 영어문법은 4가지 영어문장 종류였다. 선생님은 문법단원을 끝내면서 객관식 시험도 쳤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아이들이었더라면, 영어의 4가지 문장이 문법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아이들에게 이 네 가지 영어문장의 규칙은 '공기'와도 같다.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면서 수만 번 내쉬고 나들이는 공기말이다. 이해는 못해도 자유자재로 쓸 수는 있기에 규칙 공부가 필요 없던 것일까? 


미국 아이들이 본 객관식 문법 시험은 문장 끝에 올바른 문장부호를 넣는 것 (평서문은 온점으로 끝나고, 의무문문은 의문문 부호로 끝내는 것), 평서문에 해당하는 문장을 고르는 것, 아니면 감탄문 문장을 하나 만들어서 쓰는 것이었다. 


올해 7학년이 된 아이들이 배우는 영어문법은 세 가지다.

문장 마지막에 온점을 찍기,

쉼표 잘 쓰기,

고유명사는 항상 대문자로 시작하기.


물론, 아이들은 이런 규칙을 다 안다. 선생님들도 이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이런 규칙을 잊어버리고 따르지 않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항상 주의하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영어를 모국어로 영어를 배운 사람과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은 영어 문법을 배우는 방식이 다르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문법을 몸으로 습득을 하지만, 영어가 제2 외국어인 한국 사람들은 영어라는 언어를 몸이 아니라 머리로 이해한다. 가장 최상의 방법은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이다. 

즉, 몸과 머리를 같이 동원해 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몸으로 영어 문법을 느끼고 있기에 그것을 말로 표현해 내는 것을 힘들어한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영어 문법이기에 영어로 자신의 몸이 느끼는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영어문법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그 문법이 어떤 감정과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항상 생각하고 느끼면서 공부해야 영어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느낄 수가 있다. 


영어는 보통 한 문장에는 반드시 주어와 동사가 한쌍이어야 한다는 규칙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왜 이런 규칙이 생긴 것일까? 

한국말은 문맥을 통해 주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면 생략한다. 하지만, 영어는 주어가 누구인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주어를 써주어야 한다. 미국인 남편의 편지 글을 보면, 보통 한국말로는 "사랑해"라고 하는 것을 남편은 굳이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항상 영어식으로 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영어는 한국어보다 눈치가 상당히 떨어지는 언어다. 하지만, 눈치가 없는 영어가 눈치 없게 행동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영어는 한국말처럼 문맥에 의존해서 의미를 전달하는 경향성이 더 낫다. 물론 영어도 언어이기에 문맥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말과 비교해서 그 의존성이 더 낫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영어는 한국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을 말로 말해줘야 알아들을 수 있다.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어루만져주는 것으로는 남자의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여자가 영어다. 반드시 "말"로 해줘야 여자는 남자가 자신을 진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어는 말보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통해 남자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여자다. 어떤 타입의 여자가 좋냐 나쁘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런 두 종류의 여자가 다 되어야 하는 것이 영어공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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