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행복과 상처를 주고받으며 되뇌어본 그날들
누군가에게 “그건 잘못된 거야”, “틀렸어”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다.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걸 겪고, 또 얼마나 많은 걸 알아야 할까.
나는 과연 그런 말을 해도 되는 사람일까.
가끔은 그렇게 말 꺼내기도 전에 스스로 주춤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틀리다’보단 ‘다르다’는 말을 더 자주 떠올린다.
그게 좀 더 안전하고, 또 부드러운 말 같아서.
무엇보다도, 정말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다.
살면서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일도 이것저것 해봤고, 상처도 주고받았다.
그 덕에 이제는 사람을 어느 정도 아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어쩌면 너무 빠른 결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겸손해야 한다는 걸, 요즘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뭘 안다고 이렇게 쉽게 판단했지?’
그렇게 스스로를 웃으며 넘긴 적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 정말 친했던 친구가 조심스럽지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한 적이 있었다.
“네가 자꾸 그런 식으로 하니까 그 친구랑 싸운 거잖아.”
처음엔 좀 기분이 상했다.
‘내가 장난이 좀 과했나, 괜히 예민하네’ 하고 넘기려 했다.
그런데 너무 좋아하는 친구였기에 짜증 내지 않고 그냥 머쓱하게 웃어넘겼다.
그리고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 뒤로 내 행동을 돌아보니, 정말 그러더라.
나는 웃긴다고 던진 말들이, 누군가에겐 불편한 기억이었을 수도 있었다.
그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불편했던 건 그 말 자체가 아니라,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뭔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겁이 났던 거 같다.
맞는 말인 줄 알면서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던 건,
아직은 그런 말들을 담아낼 여유가 내 안에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조언을 하면 어떤 날은
‘쟤가 뭔데 나한테 이래?’ 싶다가도, 어떤 날은 또
‘맞아, 나 이거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말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결국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수있는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걸
요즘 들어 더 자주 느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세상에는 ‘다름’이 아니라
정말로 ‘잘못된 것’들도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아니야”라고.
“그건 틀렸어”라고.
그건 누군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말이 아니라,
내가 지키고 싶은 기준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자꾸 입 밖에 내본다.
말의 온도를 재고 표현의 결을 하나씩 살핀다.
진심을 세련되게 말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수없이 많은 관계 속에서도 진짜로 소중한 사람들에게만은 내 마음을 솔직하고 멋있게 내비치고 싶어서다.
진심은 틀리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민망하지만, 최근에 다시 한번 느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과정에서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서투른 부분이 한참 남아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생각을 말하고
말을 다듬고 다시 다듬으며 살아간다.
진심을 솔직하게 풀어내는 것 또한 결국 평생 배우는
감정의 기술이니까.